
태권도 최강자를 가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까지 하루 남은 중국 우시에서 만난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에는 이번엔 달라야 한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남자 선수들이 이 무대에서 여전히 최강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여자 선수들은 2022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회(은메달 1개)에 이어 2023년 아제르바이잔 바쿠 대회(노메달)까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태권도 전문가들은 한국의 부진을 세대 교체와 맞물린 태권도 트렌드의 변화에서 찾는다.
과거 한국이 기술 태권도로 세계 무대를 호령했지만, 이젠 피지컬이 중요한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전자 호구를 도입하면서 다리가 긴 선수들이 유리하게 변하고 있어서다.
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타이거 최’ 최영석 태국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졌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상향 평준화 속에 변수에 대처할 정보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느낌은 받고 있다. 이번에는 올림픽 직후에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다른 국가들이 세대 교체를 단행한 반면 한국은 새로운 기둥이 등장한 것이 이 같은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트렌드에 걸맞게 큰 키와 함께 긴 다리를 자랑하는 그는 이번 대회 57㎏급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김유진이 대회 첫 날인 24일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나머지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승행 여자태권도대표팀 감독은 “(김)유진이 뿐만 아니라 직전 대회인 무주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46㎏급 이예지(인천동구청)도 기대가 크다”며 “여자 선수들은 절반이 세계선수권대회가 처음인 선수들이라 이번 대회 성적을 감히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준비가 잘 됐다는 확신은 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곽택용 태권도시범단 감독(용인대 교수)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출전권 경쟁에서도 큰 힘이 될 수 있기에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자 선수들이 첫 출발이 중요하다면 남자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숙제다. 한국이 종주국 특유의 기본기를 중시한다면 다른 국가들은 다채로운 발차기가 강점이다. 염관우 남자태권도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체전을 참가했던 선수들이 가벼운 타박상을 안고 있지만, 준비는 잘 됐다는 확신은 있다”고 말했다.
63㎏급으로 체급을 올린 간판스타 장준(한국가스공사)과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노리는 58㎏급 배준서(강화군청)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이번 대회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전국체전까지 건너뛴 채 이번 대회를 준비한 배준서는 “룸메이트인 (강)재권(삼성에스원)이와 함께 대회 마지막에 참가한다. 반드시 세 번째 금메달을 갖고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