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침공 대응할 혁신 더는 미룰 수 없어
“그 드라마 보면 중국이 얼마나 인공지능(AI)에 진심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설 연휴를 맞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중국 로맨스 드라마 ‘니비성광미려:별처럼 아름다운 너’를 보려던 내게 아내가 들려준 평가다. 로맨스물인데도 로봇과 AI 비즈니스를 소재로 한 ‘니비성광미려:별처럼 아름다운 너’처럼 중국 드라마에선 태양계 탐사선, 이차전지, 전자상거래 등 첨단기술 개발과 관련 비즈니스가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 성과를 쟁취하는 청년들의 모습도 세세히 묘사된다.
중국이 선보인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와 샤먼에서의 일들이 떠올랐다. 딥시크는 최신 AI 반도체 없이 저렴한 가격에 챗GPT 등 기존 AI와 맞먹는 모델을 만들어 ‘AI 개발은 고비용’이라는 통념을 깼다. 보안 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다면, 딥시크는 글로벌 AI 시장을 뒤흔들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중국 제품과 기술, 서비스는 국내 산업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전 방문했던 중국 남부 해안도시 샤먼과 취안저우에서 그것을 실감했다.
비야디(BYD) 전기차와 고속철도, 지하철은 부드럽고 조용하게 움직였고 고속주행 성능도 뛰어났다. 노숙자도 위챗페이로 적선을 받을 정도로 모바일 서비스가 보편화했다. 그릭 요거트와 커피를 비롯한 식음료는 품질과 맛에서 한국산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중국 카페 프랜차이즈들은 독창적인 메뉴와 마케팅 기법을 선보였고, 직원들은 포장부터 매장 청소까지 꼼꼼하게 진행했다. 스타벅스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양새였다. 휴가차 방문했는데도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분야가 얼마나 남았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졌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뚜렷해지는 반중 감정도 중국의 빠른 발전에 따른 위기감과 반감이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중국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것이 감정적 분풀이는 될 수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좁혀지는 현상을 막을 순 없다. ‘값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뛰어나지 않다’는 인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미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중국 로보락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
모든 분야에서 혁신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야 한다.
청년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는 혁신이란 불꽃을 더욱 타오르게 하는 원료다. 딥시크 개발의 주역은 중국의 2030세대 엔지니어들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가능했던 것은 민주주의 체제의 한국에서도 이룰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와 도전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청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약 없이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성공하면 그 대가를 정당하게 받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경쟁 우위를 지닌 첨단기술을 확보해서 퀀텀 점프(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현상)를 추구해야 한다. 중국의 ‘기술 침공’이 실질적 차원으로 다가온 지금, 혁신을 촉진할 방법을 정부와 기업, 사회가 서둘러 고민할 때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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