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한 예술 전문가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The Girl with a Pearl Earring)' 속 인물의 실체를 밝혀냈다고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영국 미술평론가 앤드루 그레이엄 딕슨은 출간을 앞둔 자신의 저서 '베르메르: 잃어버린 삶과 되찾은 삶'에서 작품 속 소녀의 정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딕슨은 “베르메르는 생애 대부분을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활동하며 급진적 개신교 종파인 '저항파' 신자 피터 클라에스존 반 루이벤과 마리아 데 크누이트 부부의 후원을 받았다”며 “1665년경 그는 이 부부를 위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국적인 터번과 커다란 진주 장식으로 잘 알려진 이 소녀는 루이벤 부부의 열 살 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가 예수의 제자 마리아 막달레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항파 신도들이 마리아 막달레나를 신앙의 모범으로 여겼기 때문에 베르메르가 그 의미를 그림 속에 담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딕슨의 견해에 대해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평론가 루스 밀링턴은 “이 작품의 매력은 인물의 신비로움에 있다”며 “이 그림은 특정 인물을 묘사한 초상화라기보다 예술가의 상상 속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작품의 상징성과 정서를 간과한 채 단순히 실존 인물 찾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2003년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 역시 “이 작품은 해석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 신비함과 가치가 유지된다”며 “소녀의 생각과 감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만약 그 수수께끼가 완전히 풀린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곧 다른 그림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