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역대 정부 최초로 부처별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며 각 부처에 책임감과 속도감 있는 업무 수행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간의 지시사항에 대한 진척 상황을 상세하게 묻는가 하면 미흡한 부처에 대해선 질책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중간중간 농담을 던지며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하기도 했다.
부처별 ‘송곳질문’…미흡한 곳엔 따끔 ‘질책’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첫 보고는 기획재정부와 국가데이터처, 국세청·관세청·조달청이 진행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약 8분간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정정책과 경제형벌 합리화 등 거시적 과제부터 통신비 안심 옵션, 물가 안정을 위한 유통구조 혁신 등 생활 밀착형 정책까지 꼼꼼히 들여다봤다. 각 기관별로 잘한 점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송곳질문’을 이어갔다.
임광현 국세청장의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요새 ‘열일’하는 것 같다”고 칭찬한 뒤 “전에 세외수입(조세 이외의 수입) 통합 관리가 필요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얼마나 진척됐느냐”고 물었다. 임 청장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이제까지 뭘 하고 있었냐고 질문을 할까 말까 생각 중”이라며 지시사항을 빠르게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을 향해선 질책의 강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명구 관세청장으로부터 마약 단속 관련 보고를 받으며 “얼마 전 특송 우편에는 별도 인력을 투입해 추가 검색하라고 했는데 하고 있냐”고 물었다. 이 청장이 “동서울우체국 한 군데에서만 한다. 아무래도 인력적인 한계가 중요하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하라고 했는데 왜 인력 보강이 안 됐나. 내가 이 이야기를 한 지 몇 달이 됐는데 그 고민이 아직도 안 끝났나”라고 지적했다. 또 “필요한 일을 하라고 국민이 세금 내는 거고, 세금 내는 걸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달라는 건데 마약 단속하고 검색하는 인력이 부족해서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나라 흥망 달려”…공직자 책임감 거듭 강조

이 대통령은 이날도 공직자들에게 책임감 있는 태도를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5200만 국민 삶을 손안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나라 운명을, 개인 인생을 통째로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질서가 혼란스럽고, 국내적으로 보더라도 일종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방울이 왼쪽으로 떨어지면 동해로 가고 오른쪽이면 서해로 가고 그런 데에 있다. 운명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런 분수령, 분기점에 서 있는 것 같다. 공직자 여러분에게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 줄 거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인사가 공직자한테 가장 중요한데 인사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정하게 하려고 한다”며 “이런 선의가 안 통할 때도 잘 있긴 한데 공직사회 안에서도 인사에 대해 크게 ‘심각하다’이렇게 생각 안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있다면 텔레그램이라도 보내달라. 제가 곧바로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생중계 스트레스 받지 말라”…“나도 경미하지만 장애인” 언급도
꼼꼼하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업무보고 한때 긴장감이 흘렀지만 이 대통령은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 말미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고향에 왔는데 한 말씀 하시지”라며 발언을 권했다. 그러면서 “훈식이 형, (세종에) 땅 산 거 아니야?”라고 농담을 던져 행사장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강 실장은 세종과 직선거리 기준 약 40㎞ 떨어진 충남 아산 지역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으며 최근 정치권에서는 충남지사 등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도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저조를 지적하며 “저도 경미하지만 장애인”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경하든 중하든 상관 없이 저도 (장애인 고용률) 통계에 넣어달라”며 “장애인 고용률을 법에 맞추지 못해 여기저기 고용해달라고 청탁하고 다니더라”라고 했다.
이종성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민간에서는(장애인)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장애인 고용률 미달성 사업장의 부담금 패널티에 대해 “최고 싼게 최저임금의 60%, 가장 많이 부과되는 게 최저임금의 100%”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60%, 좀 올려야 되겠는데 그렇죠”라며 “법이 있으면 지키라고 해놓은 것”이라고 장애인 고용률 미달성 사업장에 대한 부담금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연말까지 19부 5처 18청 7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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