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2차전 선발 6이닝 4안타 1볼넷 1사구 5탈삼진 '완벽투'
"경기 전 돌아가신 어머니께 기도... 오늘 경기 도와주신 듯"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벼랑에 선 사자를 구했다.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그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삼성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부터 변수가 있었다. 오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경기가 45분간 지연됐다. 선발투수에게는 치명적인 흐름 끊김이었지만, 원태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지연되면서 두 번이나 몸을 풀었다"며 "야구하면서 몸을 두 번 풀고 등판한 건 처음이었다"고 웃었다.

경기 초반부터 원태인은 패스트볼 구속을 150㎞까지 끌어올리며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1회초 김주원, 최원준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선을 제압했다. 2사 후 박민우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맷 데이비슨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1회말 NC 선발 로건 앨런이 제구 난조로 흔들리며 삼성이 2점을 선취하자, 원태인은 더욱 힘을 냈다. 2회엔 서호철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3회엔 삼자범퇴. 4회초 2사 1, 2루 위기에서도 대타 오영수를 외야 뜬 공으로 처리하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5회 이후 체력이 떨어졌지만 그의 집중력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6회 1사 1, 2루 위기에서 대타 박건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우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스스로 벗어났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3루 관중석이 뜨겁게 들끓었다. 원태인은 마운드에서 모자를 벗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경기 후 "힘들 때 3루 관중석을 보면 힘이 난다"며 "응원해주는 팬들 덕분에 홈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태인은 홈에서 유독 강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10승 2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고, 올해도 5승 1패 평균자책점 3.03으로 홈 이점을 극대화했다. 홈구장이 KBO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 친화 구장'임에도 그는 두려움 없이 타자들을 몰아붙였다.

원태인은 경기 후 "경기 전 (2009년에) 돌아가신 어머니께 기도했다"며 "오늘 경기를 도와주신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4회부터 체력이 떨어졌지만, 교체하지 않고 믿어준 감독님과 코치님 덕분에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6회 위기에서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은 장면에 대해선 "직구 구위가 좋다고 판단한 강민호 형이 직구 사인을 냈다. 내 직구에 자신감이 있었고, 그게 통했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이제 SS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한다. 프로 데뷔 이후 매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그리고 각종 국제대회까지 쉼 없이 마운드에 올라온 그는 '혹사' 논란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했다. "많은 분들이 부상을 걱정하시지만, 난 그걸 이겨내며 성장하고 있다"며 "지난해엔 어깨 부상으로 무너졌지만 올해는 끝까지 버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