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이 그려낸 창조적 공간…시게마쓰 쇼헤이 인터뷰 [더 하이엔드]

2025-12-07

지난 11월 29일 서울에 모습을 드러낸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는 매장을 포함해 브랜드 문화와 미식 경험까지 한 공간에서 할 수 있게 설계됐다. 그중 문화 체험형 공간은 브랜드의 역사와 유산, 예술 프로젝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디자인한 사람은 건축가 시게마쓰 쇼헤이다. 지난달 28일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을 찾은 그를 직접 만났다.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는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LV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 내에 자리했다. 6층 규모에 매장은 물론 카페·초콜릿 숍·레스토랑까지 모여 있는데, 핵심은 5층에서 시작해 4층으로 이어지는 문화 체험형 공간이다. 기원(origins) 룸에서 시작해 12개 섹터로 이어지며 시계·트렁크 등 제품은 물론 가방의 내구력 테스트를 지켜볼 수 있는 공간,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공간까지 아우르며 루이 비통의 다양한 요소를 몰입감 있게 드러낸다.

이 공간의 디자인은 맡은 시게마쓰 쇼헤이는 앞서 태국 방콕과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비저너리 저니의 문화 체험형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예술·패션·럭셔리 전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자라난 그는 1998년 글로벌 건축사무소 OMA에 합류,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으로 2006년 뉴욕 지사 파트너에 오르며 활동범위를 넓혀왔다. 시게마쓰는 특히 OMA가 지금처럼 럭셔리 전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시게마쓰는 전 세계를 누비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문화를 전시에 정교하게 녹여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서울 공간 곳곳에도 한국적인 요소가 스며들었다. 기원 룸은 한국의 전통 목재 격자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했고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인 아트리움에는 한지로 만든 거대한 랜턴을 설치했다. 4층의 음악 룸과 패션 룸은 트렌드 변화가 빠른 한국의 특성에 맞춰 처음 선보였다. 그는 “한국 문화와 루이 비통만의 헤리티지를 조화시키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Q. 서울의 문화 체험형 공간을 설계하며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관객들이 루이 비통에 대해 갖고 있는 ‘견고하고 역사 깊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시각에서 브랜드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전과는 다른 형식을 통해 루이 비통의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더 강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층적이고 풍부한 문화적 요소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중요한 지점이었다. 서울은 방콕과 상하이와 달리 매장과 공간이 훨씬 밀접하게 붙어있다. 그래서 두 공간을 적절하게 분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공존하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여기에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라는 개념을 적용해 판매(retail)와 즐길 거리(entertainment)를 결합한 새로운 경험을 선보였다.”

Q. 백화점 내부 공간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맞다. 기존과 달리 백화점 내부에서 진행하는 첫 시도라 더욱 의미 있다. 루이 비통 외에 여러 브랜드가 공존하고 다양한 동선이 얽혀있는 환경에서 관람 흐름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안내할지가 중요한 과제였다. 주제와 디자인을 최대한 서울에 특화해 구성한 만큼, 다양한 취향을 가진 관람객에게 더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Q. 서울만의 공간성을 어떻게 드러내고자 했나.

“한지로 만든 랜턴을 설치하고, 한국 전통 격자에서 영감을 받아 기원 룸의 벽면을 구성하며 서울 고유의 미감을 은은하게 드러냈다. LV 더 플레이스 서울이 자리한 건물은 1935년에 건립된 역사적 건축물로, 층고가 낮은 점도 설계에 고려해야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거울을 활용해 공간이 좁게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서로 다른 테마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 규모 자체도 한국 문화의 깊이에 대한 하나의 오마주다.”

Q. 뮤직 룸과 패션 룸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국은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패션 역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한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공간이 한국 관람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루이 비통 고객층을 고려한 결정이기도 하다. 루이 비통은 깊은 역사를 가진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젊은 세대와 감각적인 고객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Q. 서울에 앞서 상하이와 방콕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앞선 두 전시와 서울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루이 비통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각 도시의 문화와 결합하며 공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건 매력적인 경험이다. 현지 문화와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특히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앞선 두 전시는 각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서울 프로젝트는 여기에 더해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참여해 이벤트와 교류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는 걸 넘어 문화가 생성되고 상호 교류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

Q. 뉴욕 뉴 뮤지엄 확장 작업에 참여하는 등 건축 프로젝트에도 다수 참여했다.

“건축 작업에서는 기능성·합리성·구조·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디자인도 비중이 크지만,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반면 패션 전시는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요소가 핵심으로 관람객에게 비일상적인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건축과 패션 전시는 서로 다른 뇌를 쓰는 느낌이다. 마치 매일 쓰던 근육과 다른 근육을 사용하는 것 같다. 각각의 경험은 다른 분야를 설계할 때에도 큰 영감을 준다.

럭셔리 패션은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르고 재미와 실험 정신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과는 대비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브랜드 역사와 정체성을 이해하고 이를 공간으로 표현한다는 점은 건축과 비슷하다. 결국 두 영역 모두 역사와 헤리티지,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해야 하는 셈이다. 럭셔리 패션 전시는 미술관을 설계할 때 소장품과 그 작품의 맥락을 고려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Q. 루이 비통의 역사를 공간에 녹여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벌써 2년 정도 루이 비통과 진행하고 있다. 처음 2~3개월은 아카이브를 탐구하고 다양한 자료를 살펴봤다.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브랜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며 어떤 관점으로 브랜드를 보여줄지, 공간은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했다. 선택하는 작품과 자료도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선택 방식 또한 그때그때 달라진다. 루이 비통이 가진 콘텐트가 구현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히 전달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며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관람객이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를 더 깊이 이해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 더 나아가 젊은 세대가 영감을 받아 패션과 디자인, 문화적인 분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기를 바란다. 과거에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패션과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를 통해 패션을 이끌어나갈 디자이너가 탄생한다면 의미가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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