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민주화 인사 45명이 법원으로부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19일 홍콩 웨스트카오룽 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던 '홍콩 47사건' 연루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홍콩 47사건은 2020년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 예비선거를 추진했던 정치인·언론인·학자 등 민주화 인사 47명이 '정부 파괴 또는 전복' 음모 혐의로 체포됐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예비선거는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민 6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47명 중 지난 5월 무죄 판결을 받은 2명을 뺀 45명 전원이 이날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예비선거를 주도했던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는 이들 중 최고형인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가 받은 10년형은 2020년 중국이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후 선고된 형량 중 가장 무겁다.
타이 전 교수는 2014년 홍콩 민주주의 운동인 '오큐파이 센트럴(센트럴을 점거하라)'을 주도했다. 타이는 오큐파이 센트럴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201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대 교수직에서 쫓겨났다.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인 '우산 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은 4년 2개월형을 받았다. 윙은 14세 때부터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학생 주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왔다. 웡은 이날 선고 직후 "(그래도) 홍콩을 사랑한다"고 외쳤다고 CNN이 전했다.
전 야당 의원인 렁궉훙(梁國雄)은 6년 9개월형을 받았다.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렁 전 의원은 오랜 연인이던 바네사 찬과 결혼했다. 외신들은 "둘 중 한 명이 감옥에 가게 되더라도 교도소 방문 등이 더 쉬워지는 법적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전했다. 결혼식 40일 후, 렁은 기소됐다.
전 야당의원인 클라우디아 모는 과거 AFP통신에서 기자로 일하며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취재했다. 홍콩에서 정치가로 일하며 민주화 운동을 벌여왔던 모는 이번에 4년 2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이번 판결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홍콩 시민 기소를 중단하고, 평화적으로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다가 투옥된 이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CNN은 "한때 시위가 흔했던 750만명이 사는 홍콩은 이제 권위주의 중국 본토와 비슷한 곳으로 바뀌었다"면서 "반대파는 감옥에 갇혔고, 비판적인 인사들은 침묵하거나 해외로 도피했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담당 부국장인 마야 왕은 판결에 대해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자유와 사법 독립이 얼마나 빨리 추락했는지 보여준다"며 "선거에 출마하고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이제 홍콩에서는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라고 꼬집었다.
2020년 당시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입법회 선거를 연기하고, 선거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 열린 입법회 선거에는 민주파 인사가 후보로 나오지 못했다.
CNN "中청년, 표현의 자유 찾아 학술주점"
이런 가운데 표현의 자유가 갈수록 제한되는 중국에서 청년들이 '학술 주점'으로 몰리고 있다고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달간 베이징·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에는 전 세계 대학의 중국 학자들이 무료 강의를 하는 학술 주점이 등장했다. 당국 검열이 강화되고 공론장이 줄어드는 속에 학술 주점은 지적 대화를 나눌 몇 안 되는 공간이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학술 주점이 인기를 끌면서 당국의 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의 한 코미디언이 중국군과 관련된 농담을 했다가 소속사가 벌금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 9월 한 중국 예술가는 문화대혁명(1966∼1976)을 비판한 과거 작품 때문에 체포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