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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의 시대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환경은 프레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게 된다. 정부나 정치권이 이슈를 주도하려면 한 방에 꽂히는 메시지가 필수 요소처럼 여겨진다. 프레임은 복잡한 현안을 쉽게 전달해 대중적 인지와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책 과정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으로 유명한 프레임 전문가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프레임을 ‘사고 체계를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로 정의하면서 특정 이슈가 강력한 프레임 속에 자리 잡으면, 이를 부정하려 할수록 그 프레임이 더욱 강화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결국 프레임에 갇힌 대중이나 기업은 대안적 관점이나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사안을 바라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실질적인 ‘정책 합의’보다 ‘찬반 양극화’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단편적인 프레임이 야기하는 부작용은 다양하다. 첫째, 본질 왜곡이다. 프레임을 통해 이슈를 단순화하면 구조적 원인이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생략되기 쉽다. 예컨대 코로나19 초기, 방역 실패의 책임을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돌리는 프레임이 확산되면서, 방역체계 자체의 한계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중의 감정적 반응만 남았을 때, 정작 필요한 방역 대책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 프레임 경쟁이 조장하는 사회적 갈등이다. 기후변화 정책을 두고 ‘탄소 중립은 불가피하다’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식의 극단적 구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의 프레임에 반대 측이 정반대 프레임으로 대응할수록, 정책 전반은 정파적 대립으로 흐르고 대중은 극단화된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가 이 대립을 부추길수록 건설적인 논의는 점차 사라진다.
셋째, 정책 일관성과 신뢰의 훼손도 큰 문제다. 정치권이 단기적 이익을 노려 프레임을 수시로 바꾸면, 대중은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국민 모두를 위한 필수 안전망’이라던 복지 정책이 재정 문제가 대두되자 ‘과도한 국가 개입’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된다면, 신뢰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정치화로 인한 합의 어려움이 있다. 정책 논의가 본래의 문제 해결 목적에서 벗어나 정당 간 포지션 싸움으로 치닫는 경우, 건설적 토론과 합의 도출은 힘들어진다. 공공 의료 개혁을 ‘사회주의적 의료 시스템’과 ‘시장 자유 침해’라는 이념 논쟁으로만 몰아가면 의료 인프라 개선과 같은 실질적 고민은 뒷전이 되기 쉽다.
이처럼 단편적인 프레임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이제는 아젠다 세팅을 통해 다층적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나의 정책 과제를 ‘경제·사회·환경·제도’ 등 여러 층위로 나누어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이슈 트리(issue tree) 방식을 활용하면, 극단적 찬반 구도를 벗어나 합리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 친화'와 '노동자 보호’ 같은 이분법적인 노동정책을 ‘고용 안정성’ ‘노동시장의 유연성’ ‘재정의 지속 가능성’ ‘산업 구조 변화’ 등 세부 이슈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식이다.
유연한 프레임 설정도 중요하다. ‘사회적 안전망 확충’처럼 단정적인 표현 대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복지 개혁’이라는 포괄적·개방적 프레임을 제시하면 협상의 여지가 커진다. 여기에 정책 내러티브(Policy Narrative)를 적극 활용해 ‘문제 정의-해결책-기대 효과’의 구조를 갖춘 이야기로 풀어내면 대중이 문제의 맥락과 해결책, 그리고 그 영향까지 연쇄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다.
실행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다층적 협상 구조를 설계해나가는 것이다. 각 단계별로 합의 가능한 부분을 도출해 나가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 전문가, 기업, 미디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갈등 조정과 중재를 담당할 수 있는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프레임은 한순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구일지언정, 정책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프레임 전쟁’이 아니라 ‘아젠다 세팅을 통한 다층적 논의’가 정책실행을 위해 필수적인 프로세스로 자리잡아야 한다.
메시지와 이야기는 늘 강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책이 실현되려면 프레임을 뛰어넘어 사회적 아젠다를 정책화하는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없으면 프레임이 주는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이 남아서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만드는 걸 방해만 할 것이다. 결국 좋은 정책은 좋은 프레임에서가 아니라,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통해 탄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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