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 없어 실명된 채 살더라"…백내장 걸린 10살 눈에 밟힌 이유

2025-09-07

“아프리카에는 열 살짜리 백내장 환자도 있어요. 엄마·아빠가 아이 낳기 전 예방 접종을 안 해서, 합병증으로 유전성 안질환이 생긴 거죠. 외상(外傷) 환자도 많아요. 매일 1~2명씩 눈이 터져 병원에 와요. 부모에게 맞거나 비포장도로에서 튄 돌에 맞은 경우죠. 보통 수술 시기를 놓쳐 감염이 되고, 결국 눈을 뽑아요. 거리를 다니다 보면 눈 없는 아이들이 흔해요.”

김동해(62·명동성모안과 원장) 비전케어 이사장은 최근 만난 아프리카 환자들 가운데 어린이들이 가장 눈에 밟힌다고 했다. 지난 7월 4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약 두 달간 의료봉사를 마치고, 귀국 나흘 만에 만난 자리에서다.

비전케어는 김 이사장이 세운 국제실명(失明)구호기구다. ‘피할 수 있는 실명(avoidable blindness)’을 막는 걸 목표로, 지난 2002년부터 세계 약 40개국에서 무료 안과 진료·수술을 해왔다. 아프리카 구호는 2007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에스와티니에서 에티오피아까지 남동부 8개국을 한 번에 돌았다. 연인원 102명이 총 1258명을 진료하고 744명을 수술했다. 2016년에 이은 두 번째 ‘아프리카 종단 대장정’이었다. 9년 만에 돌아본 현지 사정은 어땠을까.

김 이사장은 “좋아진 점도 있지만, 안 바뀐 것도 많다”고 했다. 가령 세계 각국의 의료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모자(母子) 보건, 감염 질환 쪽 사정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반면에 “안질환은 당장 죽는 병이 아니라고 펀딩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안 하려 하고, 기존 안과 의사도 다른 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인구 100만 명당 안과 의사가 1명꼴이요. 서울에 단 10명밖에 없는 셈이죠. 그나마 70~80%는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수도)·나이로비(케냐 수도) 같은 데 있어요. 수도 바깥은 인구 200만~300만 명당 1명 있을까 말까고요.”

가난도 여전히 아프리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병원의 경우 수술은 공짜지만 의약품은 환자 부담이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려면 주사기·인공수정체·안약 같은 걸 직접 사가야 한다. 그 비용 30~100달러(약 4만~14만원)가 없어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김 이사장은 “백내장은 수술만 하면 당장 다음 날부터 앞이 보인다”며 “30달러가 없어서 실명 상태로 산다는 게 상상이 되냐”며 답답해 했다.

비전케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의료진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찾아가는 대신, 현지인들끼리 자활을 돕는 방법이다. 2012년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의사·간호사들에게 한국식 백내장 수술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도 탄자니아·에티오피아에서 각각 7명을 교육했다.

“에티오피아 안과 의사가 200명인데 그중 36명을 저희가 교육했어요. 이젠 그들이 다른 의료진을 교육합니다.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탄자니아도 가고 우간다도 갑니다.”

낙후된 설비 개선에도 힘쓰고 한다. 이번에도 경기도·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아 현지 병원에 2억원 상당의 의료 장비와 교육용 초대형 모니터 등을 기증했다.

비전케어는 지난 20여년간 1년에 20~30차례씩 해외 봉사를 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한 의사들은 항공료 등 경비도 자비로 부담한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삼성호암상(사회봉사상)을 받았지만, 그 상금도 절반을 비전케어에 보냈다. “기술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과 시간을 나누는 게 진짜 자원봉사, 건강한 자원봉사”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앞으로의 계획도 다르지 않다. 이제 막 아프리카에서 돌아왔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다시 아프리카로 향해 있었다.

“동남부 사업을 대략 마무리했으니, 이제 서부로 가려고요. 그쪽 상황이 훨씬 더 열악하거든요. 은퇴 전 마지막으로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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