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유럽연합(EU)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5일 자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대비하는 EU의 모습을 전했다. 이번 미 대선은 ‘주사위 던지기’에 비유할 정도로 예측이 어렵지만, 유럽은 나름대로 대책 마련 중이다.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주축으로 상반기에 만든 미 대선 대응팀을 중심으로 집행위와 회원국 간에 대책이 수시로 마련된다.
27개 회원국 가운데 법치주의 위반으로 EU와 대립각을 세워 온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드러내놓고 친트럼프 진영에 섰지만 나머지 회원국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온다면 ‘대서양 양안 관계’의 경제·안보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EU는 신경을 곤두세운다. 트럼프는 집권 시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밝혔다. 미국은 EU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EU는 총 대미 교역액 8488억 유로와 무역흑자 1557억 유로를 기록했다. 반면 2위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EU는 2900억 유로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TF팀은 트럼프 당선 시 대규모 미국산 제품 수입을 제안할 방침이다. 트럼프가 만족하지 않고 무역 전쟁을 시작한다면 유럽도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어서 서구의 두 축을 이루는 미국과 유럽 간에 무역분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EU 경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독일의 시름은 더 깊다. 무역의존도가 80% 정도인 수출대국 독일은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미국 등지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매긴다면 경제에 큰 타격을 입는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추산에 따르면 무역 전쟁이 미·중과 미·EU 사이에 발발하면 독일 경제는 2026년 -1%, 2028년에는 -1.5% 감소한다. 독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버금가는 악재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양측은 더 심하게 극과 극을 달린다. 트럼프는 조속한 종전을 공언해왔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액은 공약 기준으로 1182억 유로로 847억을 지원한 미국보다 335억 유로가 많다. 미국 지원액의 56%를 탱크와 미사일 등 첨단 무기가 차지한다. 유럽은 트럼프가 복귀하더라도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올해 초 500억 유로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결정해 실행 중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지원을 중단한다면 유럽이 혼자 이 전쟁을 지속하기는 버겁다. 트럼프는 또 나토의 유럽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을 GDP 대비 3% 이상으로 올리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는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바뀌었다. 최악을 대비해, EU보다 더 주도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교수(국제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