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식사량도 문화다

2025-04-23

나의 고향인 미얀마는 날씨가 덥고 불교의 영향이 강해서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가는 나라다. 사람들의 성격도 느긋하고 조용하다. 뭐든지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진행되는 분위기라 한국과는 시간관념도 많이 다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가 기억난다. 모든 것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 적응하기가 참 힘들었다. 말도 빨리하고, 걷는 것도 빠르고, 밥도 빨리 먹는다. 심지어 계절도 빨리 바뀌는 것 같았다. 일도 적극적으로 하고 소비에도 과해 보일 정도로 열정적이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한국에서는 ‘빨리빨리’가 문화라기보다는 그냥 ‘기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사에 열정적이어서인지 한국인은 식사도 거하게 하는 것 같다. “이거 혼자 다 어떻게 먹을 수 있나?라는 말은 내가 처음 한국 왔을 때 한국 식당이나 중국집에 갈 때면 늘 하던 말이었다. 나는 짜장면 ‘보통’ 한 그릇도 비우기 힘든데 한국에서는 대개 ‘보통’으로 먹고 특히 배고프거나 식사량이 많은 남성은 ‘곱빼기’도 당연하다는 듯이 먹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곱빼기’라는 말 자체도 한국에서 처음 들어봤다.

한국에 살면서 문화 충격을 많이 받았지만, 한국인의 식사량은 나에게 여전히 하나의 큰 도전이다. 미얀마인도 밥과 반찬을 주식으로 먹기에 겉으로 보면 한국인과 비슷해 보이지만 식사의 양과 구성은 전혀 다르다. 미얀마에서는 동남아에서 먹는 안남미로 밥을 해서 먹고 반찬은 채소가 주가 되고 고기는 아주 조금만, 그것도 채소와 섞어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쌀로 밥을 하면 쌀들이 들러붙어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찹쌀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인은 그런 쌀에다 채소와 고기를 많이 먹는다. 한국의 고기 요리는 나를 포함한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큰 문화 충격이다. 작년에 미얀마에 혼자 계신 어머니가 동반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오셨다. 어머니와 같이 삼겹살집에 갔는데, 한국 사람들이 먹는 1인분의 고기양을 보시고는 “이거면 우리 가족이 세끼는 먹겠다”고 말씀하였다.

식사량의 차이로 인해 갈등도 생길 수 있다. 나는 한국인 남자친구와 식사할 때마다 이런 갈등을 겪는다. 남자친구는 나를 만난 후 미얀마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미얀마 음식점도 자주 가도 “이 정도 먹고 배가 어떻게 차?”라고 불평했다. 이러던 남자친구가 미얀마 여행 중에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처럼 많이 먹다가 체해서 혼이 난 적이 있다. 그때야 “아, 이래서 미얀마 사람들은 소식하는구나”라고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미얀마와 기후도 다르고 일의 속도도 빨라 에너지 소모가 많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식사량 문제는 한국인 상사 및 어른들과도 갈등을 일으킨다. 한국에서는 밥 먹었냐, 밥 더 먹어라, 이런 게 예의이고 문화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챙겨준 말이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억압이 될 때도 있다. 한국 어르신들은 나와 함께 밥을 드실 때면 “왜 그렇게 음식을 남겨? 맛이 없어서 그런가? 이것 다 먹어”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늘 스트레스를 주신다.

그런데 나도 한국에 6년째 살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먹게 되었고 몸무게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유학 생활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 몸이 피곤해지고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많이 먹게 되었다. 아직 한국인의 식사량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차이는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게 바로 ‘일상문화’인가 보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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