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 대응 플레이북 준비"
中기업 약진에는 '제품 차별화'로 승부
구독사업 매출 3배 확대... 6조 목표
"MS 데이터센터에 칠러 공급" 기대
"AI 수혜 '냉난방공조' 시장 집중 공략"
전장사업 위기... "포트폴리오 조정"
[미국 라스베이거스=신현숙 기자] "불확실성을 상수로 두고, 치열하고 정교한 실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15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불허 관세 정책, 정국 불안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언제 걷힐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기국면의 장기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조 CEO를 비롯해 이삼수 최고전략책임자(CSO), 류재철 HS사업본부장, 박형세 MS사업본부장, 은석현 VS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조 CEO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뒀다고 밝혔다. 그는 "여우에게 쫓길 때마다 복주머니를 하나씩 열어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의 고전 동화가 있다"며 "우리만의 플레이북을 준비해놨다"고 설명했다. 대미 통상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예상되는 관세 이슈 등에 대해 생산지 조정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기업의 약진을 두고는 "중국의 위협을 인식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LG전자 기술에 기반한 ▲제품 리더십 ▲가격 경쟁력 ▲사업 방식의 변화 등 세 가지 부문에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재철 HS 사업본부장도 "올해 CES 참가기업 중 생활가전 부문에서 가장 눈여겨본 곳은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이었다"며 "과거에 중국기업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에 장벽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문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부터 LG전자가 잘해왔던 제품 차별화 부분에서 더욱 격차를 벌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LG전자만의 강점으로 '구독 사업'을 강조한 류 본부장은 "10년 이상 구독 사업을 준비해왔고, 현재 4000명에 달하는 전문 케어 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다"며 "제품과 더불어 고객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가 LG전자만의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구독 사업 매출을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늘릴 목표다.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액은 직전년도 대비 75% 이상 성장한 약 2조원을 기록했다.
조 CEO는 이날 LG전자의 매출 확대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B2B 비중을 늘리고, 지역별 밸런스를 맞추는 평탄화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인공지능(AI) 시대 고속 성장이 전망되는 냉난방공조(HVAC) 부문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역설했다.
LG전자는 현재 가정용·상업용 에어컨부터 히팅 솔루션, 칠러(AI 열관리 솔루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 CEO는 "AI가 발전하며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앞으로 수많은 데이터센터를 지을 것이고, 해당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칠러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장사업과 관련해서는 수요 둔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삼수 CSO는 "기존 (전장사업) 속도 대비 2~3년 딜레이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사업이나 제품, 지역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위협의 크기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