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돈다…말리닌 ‘꿈의 5회전’ 도약

2025-12-11

그에게 천장이란 게 존재할까. ‘4회전 점프’를 숨 쉬듯 뛰는 일리아 말리닌(21·미국)이 불가능의 영역으로 꼽히는 ‘5회전 점프’를 꿈꾼다.

말리닌은 지난 6일 일본 나고야에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3연패(2023~25)를 달성했다. 쇼트 프로그램 3위에 그쳤던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상 최초로 7차례 점프를 전부 쿼드러플(4회전)로 성공했다. 경쟁자보다 4번 이상 더 뛰며 자신이 보유했던 역대 최고점을 238.24점으로 경신하고 역전 우승했다.

4회전 점프를 너무나도 쉽게 해내 보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2022년 최초로 성공한 뒤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쿼드 악셀(쿼드러플 악셀)’도 뛰었다. 정면을 향해 왼발로 도약한 뒤 공중에서 4바퀴 반을 돌아 뒤로 오른발로 착지하는 초고난도 기술이다. 시속 24㎞로, 79㎝ 이상 높이로 솟구쳐 올라, 1620도를 돌고, 옆으로 3m를 날아, 3㎜ 두께의 스케이트 날로 착지하는데, 1초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낸다.

말리닌의 쿼드러플 악셀은 마이클 조던의 자유투 라인 덩크슛보다 훨씬 더 어렵다. 조던의 자유투 라인 덩크는 뛰어난 신체 능력이 있다면 할 수 있지만 말리닌의 4바퀴 반(1620도) 회전은 피겨계에서 수십 년간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올림픽 2회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가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집중 훈련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은퇴했을 정도다. 쉽게 말하면, 말리닌의 기술은 “자유투 라인 덩크를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18살 신인이 처음으로 성공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 정도로 혁명적인 업적이다.

그래서 말리닌의 별명은 ‘쿼드 갓(4회전 점프의 신)’이고, 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quadg0d’다. 비결은 역시 ‘반복’이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점프들을 한 프로그램에 담은 말리닌은 올림픽스닷컴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몇 년 동안 7개 쿼드 점프를 배치한 훈련을 쭉 루틴처럼 해왔다”고 했다.

피겨 국가대표 출신 곽민정은 “말리닌의 기술은 처음 접했다. 동료들과 ‘저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줄 몰랐다. 예전에는 3바퀴도 힘들게 뛰었는데, 현재는 4바퀴 반을 뛰다니 정말 놀랍다’는 얘기를 나눴다. 타고났고 노력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선수 도노반 카리요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4바퀴 반을 돈다. 신체적으로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말리닌은 ‘쿼드 악셀’에 반 바퀴를 더한 ‘퀸튜플(5회전)’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언제 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7개의 점프 중) 적어도 퀸튜플 점프 한두 개는 가능하다. 꽤 완성됐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안전하게 금메달을 따고 이후 보여줄 계획이다.

말리닌은 비보이처럼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 도는 ‘백플립’, 코르크 병마개가 회전하는 듯한 ‘라즈베리 트위스트’를 펼친다. 그의 성은 러시아어로 라즈베리를 뜻하는 ‘말리나’에서 따왔다.

몇 년 전부터 남자 피겨 스케이팅 채점 기준은 예술성보다는 운동능력에 중점을 둔다. 한 프로그램에 쿼드 점프를 3개, 4개, 5개, 심지어 말리닌처럼 7개까지 넣는 선수들의 시대다. 말리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피겨 스케이팅을 변화시키고 있다.

피겨 선수 출신 조니 웨어는 ‘쿼드 점프 혁명’을 이끌어낸 말리닌에 대해 “피겨스케이팅의 틀을 깨고 종목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했다. 그는 2023년 12월 이후 13개 대회 연속 우승 중이고, 밀라노올림픽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말리닌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오로지 스케이터로 성공하는 데만 집중했지만, 리오넬 메시(축구선수), 드웨인 존슨(프로레슬러 겸 배우)처럼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리아 말리닌은…

출생: 2004년 미국 버지니아주

부모: 로만 스코르냐코프, 타티야나 말리니나

(둘 다 러시아서 태어나 우즈베키스탄서 피겨 선수 활동)

체격: 1m74㎝, 64㎏ 대학: 조지 메이슨대

세계랭킹: 1위

우승: 세계선수권 2회(2024, 25)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2023~25)

최근 2년 사이 13개 대회 연속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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