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가 된 요즘 한국

2025-01-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인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선 승리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미국 CBS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그와 통화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단다. 트럼프는 여러 휴대폰을 저글링하듯 바꿔 가며 통화했다. 나중엔 트럼프가 녹초가 될 지경이어서 타국 정상과의 통화를 한동안 중단해야 할 지경이었다. 2600개 영어 단어의 긴 기사에서 한국 얘기는 달랑 32개 단어, 두 문장인데 내용이 고약했다. 트럼프가 딸 이방카와 통화하다가 “모두 나보고 ‘정신없다(chaotic)’고 하는데 한국을 보라”고 농담했단다.

트럼프 “내가 혼돈? 한국을 봐라”

최근 외신 보도 국론 분열에 주목

나라 망치고 정권 잡으면 뭐하나

트럼프는 무정형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제멋대로여서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의 말대로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chaos) 자체다. 자신보다 한국이 더 카오스라는 트럼프의 농담에 이방카나 마러라고 사람들은 웃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착잡하다. 트럼프보다 더 정신없는 나라라니.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어 마음이 더 무겁다.

그래도 트럼프는 자기 객관화를 하고 있었다. 국민 다수의 상식적인 평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극우 유튜버에 둘러싸여 자신만의 가상세계에 빠져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적어도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광인(madman)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정신은 말짱한 거다.

요즘 외신 보도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본다. 나 같은 이가 많은지, 국제금융센터에서 지난달 하순부터 특별 일보 형식으로 매일 외신의 한국 보도를 정리해 보고서를 낸다. 계엄·탄핵 사태 초기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한 찬사도 있었지만 한덕수 대행 탄핵 전후로는 우려와 걱정이 많다.

“이번 위기는 한국이 서방과 이뤘던 진전을 되돌릴 수 있음. 준비 없이 트럼프 복귀를 맞이할 위험”(더 애틀랜틱), “트럼프 2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마비돼 한국 기업이 ‘인질 상황’에 처했다”(파이낸셜타임스), “한국 정치스토리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음, 특이하고 폭발적인 한국의 위기가 더 이상해질 전망”(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 “(한덕수 대행) 탄핵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성공 스토리 기반이 흔들린다”(CNBC), “정정 불안으로 해외자본 유출, 기업경영 악화 소지”(블룸버그), “극우 유튜버들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배런스).

대통령의 체포 영장 거부와 ‘관저 농성’은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 “정치 위기의 장기화 소지. 이미 낮아진 경제 성장 전망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옥스퍼드 애널리티카), “대통령의 체포 불응으로 국가적 혼란 지속”(블룸버그).

현직 대통령 체포는 외신이 보기에 머리가 획획 돌아갈 정도로(head-spinning) 정신없는 이벤트였다(로이터). 대통령 체포 후엔 사회 갈등과 국론 분열에 초점을 맞췄다. “국가가 위험스러울 정도로 분열”(이코노미스트), “국가 내부의 양극화 심화를 표출. 위기의 끝이 아니며 시작 단계”(BBC), “심각한 정치권 균열”(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한국 뉴스를 전하면서 ‘K드라마’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K드라마는 더 이상 무슨 칭찬이 아니었다. 그 후 터진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법치를 뒤흔드는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애국시민’만 바라보며 나라의 평판은 외면한 윤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는 “정치 혼란과 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화에 집중할 때”라고 분석했다. 여야 정치권이 춤추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법과 추경 등 민생 현안에 서둘러 합의해 정치는 비록 어지러워도 한국 경제는 굳건히 돌아간다는 신호를 대내외에 발산해야 한다. 아닌 말로 나라를 다 망치고 정권을 잡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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