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스피치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개인 별장 겸 회원전용 리조트인 ‘마러라고’에는 눈도장을 받으려는 정·재계 인사들의 행렬이 쇄도했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의 심대한 영향력의 반증일 것이지만, 취임 첫날은 “독재자가 되고 싶다” “나는 관세를 신봉한다”는 식의 파괴적인 ‘말과 어투’가 야기하는 미래의 재앙적(?) 불확실성에 대한 사전 대처 심리도 마러라고를 북적이게 한 요인일 것이다.
트럼프가 사용하는 말(레토릭)의 대표적인 특징은 위협 메시지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위협 메시지(fear arousing message)’는 상대에게 말(메시지)을 통하여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조성하고, 그 불안함을 해소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수용하게 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다. 태도와 행동을 바꾸기 위한 전략으로 오래된 테크닉이다. 예를 들어 나토국가에 국방비 예산을 증액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어떤 짓을 하든 내버려두겠다고 엄포를 놓는 식이다. “관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면서 경제적 설득이나 대화 과정 대신 관세폭탄을 퍼붓겠다는 말로 일관하는 것도 전형적인 위협 프레임이다.
‘마러라고’로 찾아온 캐나다 총리에게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라고 한 말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정체성을 전면 부정하는 사망선고의 위협 메시지다. ‘더 큰 거인(미국) 옆에서 살아가는 작은 거인’으로서 겪는 이웃사촌의 어려움을 도외시하는 왜곡된 말이다. ‘51번째 주’ 논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에게 총리직을 이양하고 사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사정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참 신기한 오비이락이다. 이러다가 우리 국토의 거의 열 배에 달하는 세계에서 제일 큰 섬인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 대해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트럼프의 말이 씨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사에서 활발하게 메시지의 설득 효과를 조사해 온 연구들은 아주 강한 위협 메시지나 약한 위협 메시지보다 중간 정도의 위협 메시지가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했었다. 위협의 양과 질이 강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 극렬 정치집단이나 팬덤의 믿음과는 다른 결과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애용할 위협 메시지의 장래에 관심이 간다. 효율적인 메시지 기법으로 장수할지, 단명할지 궁금하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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