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하다가 큰 거 한방 나오는 산업계가 바로 게임입니다. 회사 자존심을 건 AAA(블록버스터) 게임도 보이고, 스팀 등으로 플랫폼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잘 만든 외산 게임도 국내로 넘어오네요. 드물지만 역주행을 기록 중인 곳도 있습니다. 물밀듯 들어오는 중국산에 밀린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길 바라는 의미에서 응원을, 때로는 비판을 더해 ‘핫겜 바이라인네트워크(BN)’ 연재를 시작합니다. 2025년에 주목할 기업과 게임 소개도 덧붙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8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두 K게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와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Khazan)’이다. 덩치로 보면 블록버스터다.
두 게임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인조이는 얼리액세스(정식 출시 전 단계) 직후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깜짝 놀랄 성과다. 카잔은 얼리액세스 단계부터 액션RPG 장르에서 1위를 보이며, 정식 출시 이후에도 무난한 흥행이 예상된 바 있다. 2일 오전 7시께 기준 스팀 글로벌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인조이가 4위, 카잔이 9위다.

두 게임은 게이머가 환영할 만한 변화를 담고 있다. 그동안 K게임의 덕목(?)이었던 고강도 확률형 뽑기 수익모델(BM)이 없다. 유료 패키지 게임이다.
게임 구매라는 진입장벽을 넘기만 하면, 그 뒤로는 편해진다. 3만원대에 해당하는 캐릭터 10연뽑(10개 연속 뽑기)을 감안하고 게임사가 수년간 공들인 콘텐츠 볼륨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혜자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을 겨냥했다면 이러한 선택이 불가했다. 세계 시장을 보고 만든 게임이다. 일반 게이머들도 인플루언서들도 이러한 변화에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패키지 게임을 즐겨했던 기자도 환영하는 변화다.

인조이는 인생 시뮬레이션 오픈월드 게임이다. 한국판 심즈로 불린다. 재기 발랄하고 엉뚱한 측면이 돋보이는 심즈와 달리 인조이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현실적인 가상 세계를 갖췄다. 무제한 일탈이 가능했던 그랜드테프트오토(GTA) 시리즈를 즐겨했던 기자 입장에선 인조이는 착한 게임이다.
일상과 달리 게임 캐릭터로 일탈을 할 법하지만, 기자는 중년의 모습을 한 조이(캐릭터)를 선택했다. 엄청난 커스터마이징(꾸미기) 시스템을 접했지만, 질린 감이 있다. 곧바로 프리셋을 불러와 게임을 시작했다. 그 뒤 게임 속 시간을 5~8배속으로 돌리며 사실상 감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동안 자동진행 모바일 게임에 푹 빠져서 인지, 인조이를 하면서 게임 불감증에 빠진 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선 소소한 재미 정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대로 된 재미를 느끼려면 적극적으로 집 밖으로 나가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조금씩 거대한 인조이 속 세상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얼핏 GTA 느낌도 낼 수 있다. 일탈을 원했던 이들은 사기 행각을 벌여 게임 속 감옥에 가기도 한다.
크래프톤은 데누보 적용 취소를 공식화했다. 데누보는 불법 복제 방지 프로그램으로 게임사가 정한 규칙(룰) 내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강제한다. 유저 모드가 불가하다. 글로벌 이용자들이 데누보 적용 취소를 요구하자, 크래프톤이 선뜻 받아들였다. 불법 복제와 싸워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커뮤니티가 즉각 환영했다. 이용자 입맛대로 환골탈태한 인조이가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유저 모드로 유명했던 스카이림을 즐겼던 기자도 회사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넥슨의 야심작 카잔은 얼리액세스 단계에서도 될성부른 게임이었다. 화끈한 액션에 감탄했다. 콘솔 패드로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의 PC게임은 중년의 게이머에겐 각 잡고 즐긴다는 느낌이다. 흔들의자에 몸을 기대고 콘솔 패드로 즐길 수 있는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는 축복과도 같은 게임이었다.
그렇다고 카잔이 만만하게 덤빌 게임이 아니다. 본인의 게임 실력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다. 기자는 그나마 친절한 소울라이크(최고난도 액션류)로 알려진 ‘P의 거짓’에서도 수없이 좌절을 맛봤다. 카잔은 그보단 ‘할만하네’ 느낌이었으나, 역시나 좌절했다. 카잔의 ‘쉬움’ 난이도 채택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첫 번째 보스를 처치하면 쉬움을 선택할 수 있다. 게이머에 따라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부분이나, 최소한의 카잔 입문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카잔은 탐험 측면에선 보자면, 단조로운 느낌이다. 일방향 진행이다. 이 부분이 편한 게이머들도 있겠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액션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
보스 대전 등 액션 그 자체로 본다면 만족할 게임이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스킬 사용이 익숙해지고 장비 버프(능력치 강화)를 업어 재미가 배가된다. 스팀 이용자 평가에선 ‘최고의 소울라이크 게임’이라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동안 소울라이크 진입 장벽에 번번이 좌절했던 기자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평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