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덕이는 미국, ‘전력질주’에 나서다.”

미국 블룸버그는 15일 “인력난이 건조와 정비 지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경쟁국 중국이 함대를 빠르게 늘려가는 가운데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해군력 우위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 한때 140척에 달하는 잠수함 을 운용했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70척 안팎으로 규모를 크게 줄었다. 1990년 디젤잠수함 대부분을 퇴역시키고 핵추진잠수함으로만 잠수함 전력을 꾸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급격한 감소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 12척 등 60여 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인 중국은 2035년 그 규모를 80척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중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무장한 전략핵잠수함(SSBN)의 경우 현재 6척을 운용 중이고, 5년 안에 8척으로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 민간 싱크탱크인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이 매년 4척 이상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미 잠수함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콜롬비아급의 생산 지연을 꼽았다. 노후한 SSBN 오하이오급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된 콜롬비아급 프로젝트는 1번함 인도를 2027년으로 잡았지만 지금 상태로는 2029년 3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2번함도 일정이 지연됐다고 한다.
미국은 또 어뢰로 무장한 핵추진공격잠수함(SSN)을 놓고 1970년대 도입된 로스앤젤레스(LA)급을 버지니아급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 역시 늦어지고 있다. 24척이 건조된 뒤 다음 10척과 후속 10척은 각각 36개월, 24개월씩 일정이 지연됐다.
블룸버그는 “인도 지연이 ‘해군을 위태로운 처지’로 몰아넣었다”는 존 필런 미 해군성 장관의 지난 5월 의회에서 발언을 인용해 미 해군의 절박함을 전했다. “함대가 늘지 않으면 역외 전력을 투사하거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필런 장관의 우려다.
미 잠수함의 정비 지체도 심각하다고 한다. LA급 보이시함은 2015년부터 가동 중단 상태로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2029년이 돼서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 건조와 정비 지체에는 인력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는 미 의회 예산국(CBO) 자료를 인용해 “조선소들은 인력을 붙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일부 조선서에선 제조 부문 인력의 약 20%, 핵심 직종 인력의 약 30%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서비스업으로 경제구조가 전환되면서 전통적 제조 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고, 이 가운데서도 조선업은 특히 두드러진다고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대규모 투자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하원을 통과한 2026 회계연도 국방지출법은 공급업체·인력·인프라에 15억 달러(약 2조1300억원)를, 핵추진잠수함을 맡을 수 있는 민간 조선소의 임금 인상을 위해 5억2100만 달러(약 7400억원)를 각각 배정했다. 상원은 87억 달러(약 12조3700억원)를 조선에 할당했고, 이 중 27억 달러(약 3조8400억원)는 잠수함 산업 기반에 책정됐다.
해군 역시 2023년 이후 인력 유치 프로젝트에 5억6000만 달러(8000억원) 이상을 들여 버지니아의 미 해군 훈련 시설에서 ‘국방 제조 가속화 훈련(ATDM)’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잠수함 숙련공을 최소 10만 명을 이상 양성한다는 목표다. 이곳에선 공장이 주 5일 3교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주 5일 하루 24시간 교육이 진행된다고 한다. 웨인 샌더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선임 방산 애널리스트는 “바늘(성과 지표)이 움직이는 걸 실제 보려면 아마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 관세협상 카드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대 1500억 달러(약 215조원)를 들여 미 조선업의 건조와 정비 수요를 한국 기업이 흡수할 수 있다면 미 핵심 조선소의 생산능력에 숨통이 트여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도 여력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 14일 마스가의 상징기업인 한국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콕 집어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하며 미국 조선업 부활 견제에 나섰다. 그간 중국 관영매체들은 ‘마스가’를 “위험한 도박”이라며 비판했는데, 그런 불쾌감을 노골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