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FA-50 경공격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처음 납품된 FA-50은 60대가 생산되어 일선에 배치된 상태다.

전술입문기인 TA-50에 무장 분야 등에 대한 개조개발을 거쳐 지상 공격 능력을 강화한 FA-50은 유사시 전선에서 지상군을 돕는 근접항공지원(CAS)을 담당한다.
실전배치가 이뤄진 지 12년이 흐른 지금, FA-50은 한반도 전장에서 위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공군이 KF-16과 F-15K 성능개량, KF-21 전투기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FA-50의 성능은 변한 게 없었다.
폴란드나 말레이시아 수출형은 첨단 장비와 무장을 탑재하지만, 한국 공군 FA-50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군은 러시아산 S-300을 연상케 하는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배치하고, 러시아 해군 근접방어체계(CIWS)인 판치르-ME를 장갑차에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대공 무기를 새로 개발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군 방공망이 강화되면서 전선에 근접해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의 전술은 매우 위험해졌다.
전투기를 신규 도입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기존 FA-50의 타격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량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중전 능력, 보강 시급
현재 FA-50에서 쓰고 있는 항공무장은 AIM-9L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MK-82와 MK-20 폭탄, AGM-65D 공대지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이다.
1980년대 포클랜드 전쟁 당시에 쓰였던 AIM-9L은 최대 사거리가 18㎞지만, 저고도에선 7㎞에 불과하다. AGM-65D도 최대 사거리는 22㎞지만, 일반적인 교전거리는 12∼15㎞다. 합동정밀직격탄(JDAM)도 25㎞ 이하다.
그나마 한국형유도폭탄(KGGB)은 사거리가 100㎞에 달하지만, 폭탄이라는 점에서 공대지미사일과 비교하면 위력에 차이가 있다.
특히 북한 내륙 곳곳에 건설되어 있는 지하시설을 타격하는 것은 어렵고, 북한군 방공망 밖에서 교전을 해야 하므로 휴전선과 인접한 북한군 지상시설을 타격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점은 공대공·공대지 전투에서 상당한 제약을 준다.
FA-50에 탑재된 이스라엘산 EL/M-2032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는 150㎞다. 레이더는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날아오는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는데, 이를 격추하려면 매우 가까운 거리까지 근접해야 가능한 셈이다.
현대 공중전에선 레이더 탐지거리를 최대한 활용, 먼 거리에서 공대공미사일을 먼저 쏘는 것이 유리하다.

FA-50에 탑재되는 AIM-9 계열 미사일은 미국 레이시온이 제작한 것으로, 공대공미사일 분야에선 스테디셀러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당시 영국 해군 시 해리어 전투기는 아르헨티나 공군 미라주 전투기보다 공중전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급한 AIM-9L을 사용해 시 해리는 아르헨티나 공군과의 공중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2020년대 기준으로 AIM-9L은 성능이 부족한 미사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이드와인더 최신형으로 F-15K 등에서 운용하는 AIM-9X를 비롯해 유럽, 이스라엘, 중국산 신형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보다 교전거리가 훨씬 짧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의 능력을 높이지 않으면 북한 공군과의 공중전에서 FA-50이 열세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교전거리가 기존보다 늘어난 공대공미사일을 FA-50에 갖출 필요가 있다. 가능한 먼 거리에서 적기를 빨리 격퇴하고, 지상공격 등의 다른 임무를 수행하거나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에선 이같은 특성에 맞는 기종이 다수 있다.
유럽 MBDA가 개발한 아스람(ASRAAM)은 최대 사거리가 30㎞다. 음속의 3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공중 표적을 빠르게 파괴할 수 있다.

◆北 방공망 밖에서 지상 표적 타격
지상 공격 능력 보강도 필수다. KGGB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북한 지대공미사일 체계가 발전하면서 방공망의 교전거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북한 방공망 위협 거리 밖에서 KGGB를 투하해야 하는데, 북한의 지대공 무기체계 교전거리가 늘어나면, KGGB는 내륙 지역의 북한군 표적을 타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수백㎞를 비행하는 중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필요하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중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전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무기로 자리잡았다.
수백㎞ 떨어진 적의 핵심 전략 표적(지휘소, 방공망, 벙커 등)을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해 전투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그 가치가 더욱 확인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스톰 섀도(영국) 미사일로 러시아 점령지 내 인프라와 군 주요 시설 등을 타격해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기존 버전(550㎞)보다 짧은 250㎞짜리 수출형이었지만, 위력적이었다.
전쟁 전까지 별다른 사용처를 찾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공군 Su-24 정찰형 버전은 스톰 섀도 미사일을 탑재하게 되면서 전략적 타격능력을 지닌 공중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우크라이나 외에 인도도 지난 5월 파키스탄과의 충돌에서 라팔 전투기에 스톰 섀도 미사일을 탑재해 파키스탄을 공습했다.
중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위력에 주목한 세계 각국은 전투기와의 체계통합 또는 신형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스웨덴 사브는 그리펜 전투기에 타우러스(TAURUS) 미사일을 체계통합하기로 했고, 독일도 기존에 보유한 타우러스 미사일보다 우수한 타우러스 네오 미사일을 만들기로 했다. 스페인도 타우러스 네오 도입 의사를 밝혔다.
한국도 FA-50에 중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하면, 용도와 성능이 제한적이었던 FA-50에 전략적 타격력을 더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한국 공군의 중장거리 타격력은 F-15K에 집중되어 있다. 타우러스와 슬램 이알(SLAM-ER) 미사일을 탑재한 F-15K는 북한군이 강하게 경계하는 전력이다.

FA-50에 중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다면 북한군은 F-15K외에 FA-50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FA-50에 탑재할 기종으로는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가 만든 타우러스 미사일의 단축형인 타우러스(TAURUS) 350K-2가 거론되어 왔다.
개발이 진행중인 타우러스 350K-2는 기본 체계는 타우러스와 같다. 타우러스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소형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형태에 가깝다.
소형 기체인 FA-50 탑재를 위해 무게와 크기를 줄였다. 이를 통해 FA-50에 2발을 장착한다. 사거리도 500㎞를 넘어설 전망이다.
F-16에 탑재되는 튀르키예산 솜(SOM) 미사일(사거리 250㎞)이나 스톰 섀도 수출용 버전, 한국 공군이 쓰는 슬램 이알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훨씬 길다.
타우러스의 가장 큰 특징인 6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능력은 휴전선 일대와 그 이북 지역 곳곳에 건설된 지하벙커를 무력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타우러스는 적의 유도장치 교란 시도도 회피할 수 있다.
정밀타격을 보장하고자 타우러스의 항법 체계는 영상기반항법(IBN), 지형대조항법(TRN), 군용 GPS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관성항법체계(INS)를 업데이트한다.
타우러스 350K-2의 FA-50 탑재는 국내적으론 FA-50에 전략적 타격력을 부여하는 효과도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전투기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

최근 전투기 시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중장거리 타격력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FA-50이 타우러스 350K-2를 탑재하면, 저렴한 가격에 전략적 타격력을 보유한 항공 플랫폼을 해외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된다.
폴란드, 말레이시아에 이어 개발도상국에 FA-50을 새롭게 수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군사·산업적 측면에서 FA-50의 성능개량은 효과가 큰 만큼 군과 정부 차원에서 FA-50의 무장 탑재 증대를 중심으로 성능개량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향후 정책적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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