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한 차원 높은 존재가 되는 조건은
어느 날, 게이트라고 불리는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고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리 세계의 무기는 그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죠. 절망에 빠진 순간, 헌터라는 희망이 나타났습니다. 게이트가 열리면서 나타난 ‘각성’ 현상으로 탄생한 헌터들은 초인적인 힘이나 마법 공격, 아군을 회복하거나 특별한 존재를 소환하는 등 다양한 능력으로 몬스터에 맞설 수 있는데요. 문제는 각성이라는 것이 한 번만 벌어지며, 이를 통해 얻은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S급이라 불리는 최강의 헌터들도 있지만, 모든 헌터가 그런 힘을 지닌 건 아닙니다.

성진우는 헌터 중에서도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E급, 그중에서도 유독 약해서 ‘최약체 헌터’라고 불려요. 가장 수준이 낮은 게이트에서도 상처 입는 일이 많고 ‘짐 덩어리’ 취급도 받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성실하게 참여하며 맡은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죠. 그가 최약체이면서도 꾸준히 게이트 공격, 레이드에 참여하는 것은 그에게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S급 헌터였던 아버지가 실종된 상황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의식 불명에 빠진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던 거죠. 시도 때도 없이 다치고 심지어는 죽을 뻔하면서도 작은 성공에 기뻐하는 성진우. 그런 그에게 놀라운 사건이 일어납니다.
다른 헌터들과 함께 참여한 레이드에서의 일이죠. 낮은 수준의 던전이었기에 보스를 물리치는 건 쉬웠는데, 마지막 순간 또 다른 문이 발견된 거예요. 무언가 위험해 보였지만, 일부 헌터가 ‘굉장한 보상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의견을 내며 다수결에 따라 안으로 향하죠. 고대 신전처럼 생긴 거대한 방. 문이 닫히고 석상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헌터들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상황에서 성진우는 살아남고자 어떻게든 규칙을 알아내려 하죠. 노력 끝에 문이 열리고 탈출 기회가 주어졌지만, 나가려면 누군가가 안에서 시간을 벌어주어야 했어요. 살아남은 헌터들이 먼저 빠져나가는 가운데, 성진우는 주저하는 동료에게 “살아서 나가라”고 말하죠. 석상들이 다가오는 최후의 순간,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는 시련이었고, 그는 시험에 통과한 거죠. 그 결과 롤플레잉 게임(RPG)처럼 레벨업을 통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얻습니다. 모든 헌터가 각성 때 얻은 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오직 성진우만이 레벨업으로 S급 이상으로 강해지는 가능성. ‘나 혼자만 레벨업’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죠.
레벨업은 RPG의 기본 시스템입니다. 운동할수록 체력이 높아지거나, 공부하며 학력을 높이는 것처럼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개념인데요. 체력이나 학력처럼 한 가지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사실상 ‘인간으로 한 차원 높은 존재’가 된 것처럼 변하죠. 무기에 맞으면 다치겠지만 레벨이 높은 존재는 레벨이 낮은 적의 공격을 아예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슈퍼맨이 총알조차 튕겨내는 것과 마찬가지, 그야말로 무적. 점차 초인으로 변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죠. 물론 레벨이 높아도 너무 방심하거나 약점을 공격당하면 조금 아플지도 모르지만, 이건 정말로 예외적인 상황이에요.
레벨업엔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요. 경험치를 아무리 많이 쌓아도 어떤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면 능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현실에선 단 한 번의 운동이라도 약간 효과가 생길지 모르지만, RPG에선 몬스터 한 마리를 죽인다고 레벨업할 수 없죠. 또 다른 특징은 RPG의 경험이 다양한 행동을 통해 모인다는 겁니다. 그 행동을 퀘스트라고 하는데, RPG 세계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행위죠. 강력한 적을 물리치는 것도 있지만, 편지를 전해주는 등의 간단한 일도 있죠. 이런 퀘스트는 일상의 여러 행동, 특히 친절한 행동이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릅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배경은 등급이라는 레벨이 지배하는 세계죠. 이런 세계에서 성진우처럼 최하급 헌터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레이드에 참여하지 않아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죠. 하지만 그는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약속대로 레이드에 뛰어듭니다. 이는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와의 약속을 위한 것이기도 하죠. ‘레벨이 깡패’ 등급이 전부인 세계에서 성진우가 얻은 것은 그야말로 무한한 힘을 줄 수 있는 기적, 하늘이 내린 행운이죠. 그건 아마 그가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며 항상 더 나은 결과를 생각하며 활동했기 때문일 겁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있었기에 기회를 얻은 것이죠.
이야기의 끝에서 성진우는 많은 이와 협력하며 세상의 운명을 건 싸움에 임합니다. 그가 아무에게도 없는 유일한 능력, 신에 이를만한 가능성을 갖고도 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감을 지니고 노력했기 때문이죠. 힘은 기회의 문을 열고 사람의 본심을 드러냅니다. 성진우의 레벨업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그의 본성이 레벨업에 어울리는 자격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죠. 레벨업이란 기회는 RPG에만 한정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네 현실에서도 ‘성장’은 항상 찾아오며 그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죠. 새봄에 찾아온 성장의 기회, 충실한 레벨업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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