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콤플렉스 딛고 정상에…열등감 투성이 휘성이 남긴 ‘따뜻한 위로’

2025-03-11

가수 휘성이 10일 갑작스럽게 사망한 가운데, 고인이 2009년 출간한 책 ‘그래도 나는 ing’에 남긴 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휘성은 이 책에 가난과 외로움, 가수로서의 성공, 성장통 등 고난의 과정을 겪으면서 미래의 꿈을 향해 나아가던 시절의 자서전적 스토리를 담았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휘성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서태지가 극찬한 천재’, ‘R&B의 황제’로 화려하게 정상에 오른 가수였다. 하지만 그는 뮤지션으로 자리 잡기까지 다른 사람들은 몰랐던 수많은 시련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다. 책에서 그는 지난했던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들려주며, 꿈은 있지만 날지 못하는 젊은 영혼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했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휘성은 어릴 적 지독한 가난 때문에 배가 고팠고, 작은 키에 뚱뚱한 체구로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으며, 소심한 성격으로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성장했다. 타고난 미성이던 목소리마저 바꾼 눈물 나는 노력 끝에 정상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그는 열등감 투성이의 외로운 영혼이었다.

그는 이 외로움이 자신을 키워냈다고 믿었다. 또 자신의 외로움을 양분 삼아 만들고 부른 노래가 또 다른 외로운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외로움 앞에 당당해질 수 있다고 했다.

고단하고 아픈 20대를 보내며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바닥을 쳤던 휘성에게 중요한 것은 ‘잘 살아남았다는 것’과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사랑하는 법도 배웠다. 또 열등감의 대상은 그저 부러워만 하지 않고, 그들과 같아지기 위해 죽을 듯이 노력하며 극복해왔다.

휘성은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매 순간 그는 자신에게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현재 진행형인지 물었다. 마침표만 아니라면 괜찮았다. 그는 실패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멈춰 서는 것이라고 했다.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꿈에 닿아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처 많은 과거나 불투명한 미래에 괴로워하기보다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며, 하루하루 가슴 뛰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을 이루고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이라고도 조언했다.

휘성은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다.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골라잡는다”며 현실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살피라고 일러줬다.

그는 또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가 꿈을 갖고 사는 젊은이들에게 작은 위안과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휘성은 이 책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지난 삶을 보여주고,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휘성은 10일 오후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 당국 등은 그의 모친으로부터 신고받고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유서 여부 등을 수사 중인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2002년 1집 앨범 ‘Like A Movie’로 데뷔한 휘성은 ‘안 되나요’, ‘With Me’, ‘결혼까지 생각했어’, ‘사랑은 맛있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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