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을 끝으로 디지털 통화 혁신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팀이 지향하는 통화는 디지털 금이 아니다. 훨씬 더 민첩하고,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운 인공지능(AI)의 소유권과 창조를 위한 가치 부여를 목표로 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만난 제이콥 스티브 비트텐서 창업자는 뉴스웨이와의 만남에서 이같이 말했다. AI 프로젝트인 비트텐서는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 기준 시가총액 약 4조3000억원으로 전체 52위다. 올해 한국을 찾은 제이콥 스티브 창업자는 그간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뉴스웨이와의 단독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했다.
제이콥 창업자는 "과장해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지 않아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거절해왔다"며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은 AI가 화두가 된 상황에서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태생인 그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페루에 머물면서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창안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 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구글에서 짧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비트코인에 매료된 그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경험과 결합해 이 분야를 파고들었다. 여기에 미국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이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서 프로젝트에 가속도가 붙었다.
제이콥 스티브는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은 돈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누가 돈을 갖고 만드냐, 누가 돈을 갖고 있느냐' 이런 질문들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비트코인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바꿔놨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 두뇌의 신경망과 시냅스 구조를 모방해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팅 방식인 '뉴로모픽 컴퓨팅' 방식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며 "전기가 뇌를 통과할 때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방식은 비트코인 보상 시스템과 유사하다. 비트코인은 전기로 채굴을 하면 보상이 나온다. 그러면서 슈퍼컴퓨터인 '네트워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비트텐서는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보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능'에 중점을 뒀다. 전기를 통해 뉴로모픽 컴퓨팅, 즉 슈퍼컴퓨터와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하는 일은 비트텐서 네트워크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만든 인센티브 컴퓨터는 복잡한 스마트 컨트랙트고, 데이터 집약적"이라며 "우리 통화는 빠르게 움직이는 가치를 인코딩하며, 인공지능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한 소유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다만 "많은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이 비트코인을 제외한 새로운 통화의 필요성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왜 혁신적인 통화가 비트코인에서 멈춰야 하는지 의문이 많았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에서 멈추길 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트텐서의 목표는 누구나 모델을 소유하고, 접근하고, 기여하는 형태로 새로운 AI를 구축하면서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비트텐서 생태계에는 100여개가 넘는 서브넷이 있다. 각 서브넷에는 작업을 수행하는 채굴자, 작업을 검증하는 검증자, 소유자가 있다. 이들은 해당 서브넷에서 날씨 예측, 광고, 데이터 저장 등 다양한 문제를 AI로 해결한다. 예를 들어, 날씨 모델을 만들어 지구상의 온도와 바람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네트워크에 제공하면, 보상을 받는 식이다.
그는 "이는 마치 비트코인처럼 채굴자가 해시를 만들고, 검증자가 해시를 확인하며, 네트워크가 토큰을 분배하는 원리다. 비트텐서에서는 채굴자가 모든 종류의 작업을 할 수 있고 검증자는 결과를 검증 및 평가해 어떻게 토큰을 분배할지 결정한다"며 "서브넷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공해서 채굴하고, 그 GPU를 다른 사람들이 빌릴 수 있게 한다"고 언급했다.
또 "보다 분산화되고 민주적인 AI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AI가 인류에 유익하고, 전체주의가 아닌 더 많은 자유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버린 AI와 같이 국가 중심 사업에 대해서는 "국가 주도의 AI 개발은 자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트텐서는 비트코인과 같이 분산형 프로토콜을 통해 인류 전체가 AI를 소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특정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공공재가 되는 기술을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한편으로 한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방한 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은 트레이딩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됐다"며 "일본과 싱가포르에 비해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국가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필수적"이라며 "한국, 베트남, 싱가포르 같은 소규모 국가들이 협력하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나 중국의 자금과 경쟁하려면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스테이블코인이 확장되면 비트코인 생태계도 더 커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이나 다른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언젠가는 비트코인이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