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관상동맥 죽상경화증(I25.1)과 진단비 지급 분쟁..수치가 아닌 본질을 봐야

2025-10-06

(조세금융신문=김주연 손해사정사) 관상동맥 내벽에 형성된 죽종(plaque)이 혈관 직경을 좁히면 심근으로의 혈류가 저하되고, 흉부 불편감·호흡곤란·빈맥 등 허혈성 증상이 발현한다. 의사는 병력, 신체진찰, 심전도, 심장 초음파, CT, 관상동맥 조영술 등 종합 소견을 바탕으로 ‘죽상경화성 심장병(I25.1)’을 최종 부여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보험사는 ‘협착률 50% 미만’ ‘의증(r/o) 표현 존재’ ‘조영술 비시행’ 등을 이유로 진단의 의학적 타당성을 문제 삼으며 진단비를 거절하곤 한다. 그러나 약관이 요구하는 것은 특정 수치의 ‘문턱값’이 아니라, 해당 질환으로 진단되었는지에 관한 합리적·의학적 판단이다.

실무에서 빈번한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CT에서 다병변의 혼합성 플라크와 중등도 협착이 확인되었으나, 조영술에서 분절별 30~50% 협착이 관찰된 경우, ② 검사소견에 ‘의심’이나 ‘감별 필요’가 병기되었으나 담당의가 임상상과 영상·검사결과를 통합하여 I25.1로 확정한 경우, ③ 증상이 경미하고 입원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보장대상을 축소 해석하는 경우 등이다. 이와 같은 사안에서 핵심은 ‘수치의 크기’가 아니라 ‘질병의 존재’이며, 진단 행위가 약관상 정의에 부합하는지다.

[사례]

B씨(57세, 여성)는 간헐적 흉통과 두근거림으로 대학병원에 내원하였다. 심전도에서 특이 소견은 뚜렷하지 않았으나, 심장 CT에서 좌주간지·좌전하행·좌회선 및 우관상동맥에 혼합성 플라크와 국소 협착이 확인되었다. 담당의는 임상경과와 영상 결과를 종합하여 ‘죽상경화성 심장병(I25.1)’과 ‘안정형 협심증’ 진단을 병기하였다. 이후 시행한 조영술에서는 분절별 협착이 10~50% 범위로 보고되었다. 보험사는 “협착률 50% 미만이므로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다”, “확정진단이 아니다”라는 사유로 진단비 지급을 거절하였다.

의무기록 전수 검토 후, (1) CT에서 확인된 다병변·다부위 죽상경화 소견, (2) 증상 재현 및 질산염 투여 시 호전 양상, (3) 담당 주치의의 진단 경위와 판단 근거를 구체화한 소견서를 보강하여 제출하였다. 또한 약관 어디에도 ‘협착률 50% 이상’과 같은 기계적 기준을 요구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진단의 정의가 병력·검사·영상의 통합판단임을 명확히 하였다. 그 결과, 최초 부지급 통보가 번복되어 진단비 전액이 지급되었다.

이 사안의 본질은 ‘경미한 협착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죽상경화성 병변이 임상적으로 확인되었고 그 결과 질병분류(I25.1)가 정당하게 부여되었는지다. 조영술이 해상도·투사각·혈관 직경에 의해 협착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CT는 플라크 부담(plaque burden)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따라서 하나의 검사만을 근거로 진단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해석이다. 더구나 약관은 특정 검사 단일 결과에 종속되지 않는다. 병력, 증상, 약물반응(니트로글리세린 등), 객관적 영상·기능검사 소견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을 때, 담당의의 결론은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의증’이라는 문구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확정진단을 부정하는 관행도 재고되어야 한다. 의무기록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적·갱신되는 문서이며, 초기 감별 단계의 표현이 이후 확정 진단을 소급해 무효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확정 시점의 임상판단과 최종 진단 코딩, 그리고 그에 이르는 합리적 경과가 입증된다면, 약관상 진단의 정의는 충족된다.

민사 영역에서의 인과관계 판단은 의학적 엄밀성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의 관점에서, 내부 심사기준이나 의료자문 결과가 약관과 임상현실을 대체할 수는 없다. 약관 문언과 통상적 해석, 그리고 환자 개별 사정을 균형 있게 반영할 때 비로소 정당한 결론에 도달한다.

정리하면, I25.1 분쟁의 관건은 ‘협착률 몇 %’가 아니라 ‘죽상경화성 병변의 존재’와 ‘진단 과정의 타당성’이다. 검사와 기록, 증상의 일치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최종 진단의 의학적 근거를 명료하게 제시한다면, 기계적 수치 논리에 기대어 축소해석하는 심사 논변은 설 자리를 잃는다. 보험은 특정 기관의 내부표준이 아니라 약관과 임상, 그리고 상식의 접점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그 원칙이 지켜질 때, 불필요한 분쟁은 줄어들고 보장은 제자리를 찾는다.

[프로필] 김주연 손해사정사

- 現) ㈜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 現) ㈜FA Hub보장컨설팅 전문강사

- 前)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 前) 마에스트로 법률사무소

- 前) ㈜에이플러스손해사정

- 사)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 사) 한국보험법학회 종신회원

- 사)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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