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별밤’은 6월에 빛나지 않았다고?

2025-03-21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

김정현 지음

위즈덤하우스 | 520쪽 | 2만4000원

전 세계 사람들이 ‘화가’라고 하면 떠올릴 역사적 인물들 가운데에서도 반 고흐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고흐가 남긴 숱한 걸작 중에서도 특히 널리 알려진 작품이 ‘별이 빛나는 밤’이다. 이 그림은 어떤 이에게 깊은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 고흐가 그린 별과 밤하늘에 꽂힌 사람이 있다. 1986년 초등학생 때 핼리혜성을 직접 본 뒤 40년째 별과 밤하늘과 광학사진에 꽂혀 살고 있는 저자는 현재 망원경을 제조하는 천문학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그와 함께 떠나는 밤하늘 답사기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까지 잘 알려진 반 고흐 작품과 천문학적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해 풀어가는 통상적인 스토리텔링 책이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전 세계의 미술사학자와 천문학자들이 결론 내린 ‘별이 빛나는 밤’의 작화 시점의 오류를 지적한다. 그는 작화 시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1889년 6월19일보다 한 달여 뒤인 7월 하순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그림 속 밤하늘이다. 저자는 상당히 도발적인 이 가설을 현지 답사와 각종 자료 등을 통해 하나하나 입증해 나간다.

딱딱한 학술서는 아니다. 고흐의 ‘론강의 별밤’ ‘밤의 카페테라스’를 분석하면서 별자리 찾는 법을 알려주는 등 문외한들이 재미있게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는 힌트들이 책에는 수두룩하게 담겨 있다.

게오르크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속 구절,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가 떠오른다.

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 담긴 이런 책이 요즘 같은 시대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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