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3000원 영양제’ 철수, 아쉽다면…이건 어때요?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2025-03-03

“이제 다이소에서 비타민도 판다며? 커피 다 마시고 가보자.”

카페에서 열심히 타이핑을 하던 도중 무심코 옆자리 대화를 듣게 됐습니다. 집에 안 먹고 쌓아둔 비타민이 많다며 심드렁해하던 여성이 "5000원이면 한 달치를 살 수 있다"는 말에 "커피보다 싸다"면서 급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선제적으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시작한 다이소 매장을 찾아가보니 장바구니를 한가득 채운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발매 직후 '반짝 인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건기식 시장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트렌드가 통한다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있었죠. 물론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일양약품(007570)이 다이소에서 저가 건기식을 판매한 지 닷새 만에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나머지 회사들도 철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이름있는 제약기업들이 다이소와 손잡고 판로 확대에 나선 데는 건기식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일명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죠.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은 2019년 4조 8000억 원에서 2023년 6조 2000억 원으로 5년새 26.7% 성장했습니다. 2027년에는 15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죠. 고물가 속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맞물려 3000원, 5000원 짜리 건기식 판매로 이어진 셈입니다. 건기식이 통상 한달 분량으로 구성되는 데 반해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일양약품의 'W프로바이오틱스'는 15일, '쏘팔메토 아연'은 20일치 분량으로 구성됐죠. 판매 제품의 단가를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성분만 골라 복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소개하고 싶은 대안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제도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4월부터 총 687개소에서 시범사업을 거쳐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했죠. 올 1월부터 건기식을 완제품이 아닌 소분‧조합해 판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련 교육 등을 이수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관리사 자격을 갖춘 약사, 영양사 등과 삼담해 생활습관이나 건강상태에 맞게 소분·조합된 맞춤형 건기식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사실 내 몸을 위해 먹는 건데 무조건 싼 제품만 고집할 순 없잖아요.

전문가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개개인의 몸 상태에 최적화된 건기식을 조합해 소량씩 구입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아직 시행 초기라 모르는 분도 많으시더라고요. 머지않아 우리 일상에 깊숙히 파고든 구독형 서비스와 연계되면 더욱 편리하면서도 합리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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