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건기식이 뭐가 문제죠?…저 소비자입니다만 [박영국의 디스]

2025-03-01

[데스크 칼럼] 일부 강경 약사들, 다이소향 건기식 공급 중단 요구하며 제약사 비난

건기식은 '약' 아닌 '식품'…약국의 유통채널 독점은 소비자 권리 침해

전문적 상담, 선물용 고급 제품 구비로 '약국 건기식' 가치 스스로 증명해야

“손님은 왕이다.”

공급자와 소비자로 구성된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거의’ 모든 업종에 통용되는 진리다. 동네 치킨집 사장님도 손님 한 테이블이라도 더 받기 위해 손님을 왕으로 모시고,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회장도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팔기 위해 젠슨 황 앞에서 쩔쩔 맨다.

‘거의’라는 한정적 표현이 붙은 것은 간혹 그렇지 않은 업종이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거나, 여러 공급자들끼리 담합을 하는 경우다. 보통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경쟁당국에서 그런 일이 없도록 법적 제재를 가하지만, 그마저도 벗어난 분야가 있다. 바로 병원과 약국이다.

최근 제약업체들이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공급하며 불거진 논란은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약국에서 비싸게 팔던 건기식을 다이소에서 싸게 파는 것에 대해 일부 강경 약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약사를 ‘왕’으로 모시는 제약업체들은 불매운동 등 일부 약사들의 조직적 움직임에 전전긍긍하다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3개 제약사 중 일양약품이 먼저 철수를 결정했고,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철수 여부를 두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일부러 약국을 찾아 수만원, 수십만원씩 주고 사던 건기식을 다이소에 생활용품을 사러 간 김에 3000원, 5000원 단위로 살 수 있게 됐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일인데 뭐가 문제인 걸까.

다이소가 건기식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던 배경에는 유통구조의 효율화, 소포장 판매, 그리고 무엇보다 마진을 줄이는 대신 대량으로 판매하는 박리다매 구조가 존재한다. 성분과 함량도 ‘가성비’에 맞춰져 있다. 다른 업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유독 건기식에서만 저항에 부딪치는 것은 기존의 유통 채널이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바로 의사 못지않게 프리미엄이 강하다는 약사 집단이다.

물론 의사와 마찬가지로 약사들도 전문적 지식을 보유한 이들이다. 의사의 처방대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적합한 약제를 소비자(환자)에게 공급하는 약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건기식은 ‘약’이 아니다.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식품’의 일종이다. 그동안 건기식이 약국을 통해 주로 판매돼 왔던 것은, 이걸 만드는 곳이 제약회사들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약국이 제약회사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일종의 유통 채널 역할을 해왔던지라, 건기식도 약국을 통해 시장을 구축해 왔다.

과거 이력이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약국들이 건기식 유통을 독점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도 판매와 구매가 가능한 제품인 만큼 일반 유통채널에 풀리는 걸 문제 삼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이다.

대형 유통 채널을 통한 건기식 판매가 당장 약사들의 생계를 위협할 만한 사안도 아니다. 건기식 판매가 약국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안팎에 불과하다. ‘집단이기주의’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건기식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약국에 강제적으로 잡아둘 이유가 없다.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판다고 해서 앞으로 약국에서 건기식 판매를 접어야 할 일도 아니다. 스스로 본인에게 적합한 건기식을 고르는 이들도 있지만 기왕이면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을 듣고 최적의 건기식을 추천받길 원하는 수요도 존재한다. 건기식은 선물용으로도 많이 판매된다. 가격에 초점을 둔 다이소의 소포장보다 3~6개월분을 묶어 고급스럽게 포장한 약국의 건기식이 선물용으로는 더 적합하다. 공급가격을 감안하면 성분과 함량도 약국용 건기식이 더 뛰어날 수밖에 없다.

약사들을 대표하는 공인 단체인 대한약사회 역시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이번 논란과 관련한 입장문을 냈지만, 거기엔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담기지 않았다.

약사회 입장문의 주된 내용은 ‘약국에서 판매되는 건기식은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과 소비자 건강상태를 고려해 판매돼 단순 판매 가격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걸 무시하고 단순히 다이소 건기식이 약국보다 싸다는 점만 부각시키는 마케팅을 중단하라는 게 약사회의 요구다.

‘다이소 건기식’을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은 일부 강경 약사들이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전체 약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알려지며 약사 직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커지고 있다. 일부 제약업체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 중단으로 약사들을 향한 악감정은 더욱 커졌다. 약사들에게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은 정보의 불균형이 극심한 약제 분야에서는 예외가 될지 몰라도 건기식은 예외가 아니다. 제약사들이 공급가 측면에서 다이소와 약국들을 차별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그 이후의 경쟁력은 ‘손님을 왕’으로 모시며 ‘약국 건기식’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데 달렸다. 소비자는 강요하는 판매자를 적극적으로 배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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