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찾으실 분"…캠퍼스서 방 빼던 '정치 동아리'가 돌아왔다

2025-03-14

봄학기를 맞은 대학가에 정치 토론과 강연 등이 활기를 띠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시국선언을 각 대학에서 연쇄적으로 내는 등 탈정치 상징이던 대학에서 정치적 관심이 부활하고 있다. 한때 운동권 동아리라며 기피 대상이던 정치 동아리 회원도 다시 늘고 있다.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 게시판을 보면 각종 정치·시사 동아리 등이 신입 회원을 모집하는 홍보물이 가득 붙어 있다. 한 시사 동아리는 “시의성 있는 주제와 중요한 근대적 사건을 다룬다. 24·25학번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다른 국제정치 독서모임은 “헌법에 관심이 커진 오늘날 한국과 세계의 헌정사를 살피며 토론한다”고 했다. “쏟아지는 뉴스에서 진실을 찾는 분, 시사 교양을 쌓고 싶은 분을 환영한다”는 언론 비평 동아리도 보였다.

이미 신입 회원을 뽑은 정치·시사 동아리들은 “높아진 관심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1986년 만들어진 고려대 정치경제학 연구회(수레바퀴)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활동 인원이 지난해 5명까지 줄었지만, 이번 학기 15명 규모로 많아졌다. 조정민 학회장(22학번)은 “뉴스를 보면서 답답한 사람, 사회 문제를 토론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홍보했는데 지난 학기보다 지원자가 늘었다”며 “사회 현안을 반영한 릴레이 대자보, 타 대학과 교류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공론장’을 경험하려는 대학생들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준호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정치학회장은 “(커뮤니티 등) 다른 공론장에서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낀 학생들이 많다. 학회에선 서로 규칙과 예절을 갖추고 대화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이 학회에는 3월에 입학한 새내기 중 통상 절반 정도가 지원하지만, 이번 학기엔 30명 중 20명이 가입했다. 한국외대 중앙토론동아리(노곳떼)가 지난 6일 ‘견제받지 않는 정치 유튜브,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공개 토론회에는 학부생 30여 명이 방청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가능성에 따라 이후 조기 대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고려대·서강대 등 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총학생회 공동포럼’은 “정치인·학자와 직접 대화한다”는 취지로 오는 5월까지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6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첫 연사로 나섰다. 대학가 반탄 시국선언을 주도한 ‘자유수호대학연대’는 국회에서 반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보수 대학생 단체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학생을 겨냥한 행보에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오는 17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가 주최한 토크 콘서트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오는 19일 인천대에서 ‘헌법과 법치주의, 정치’를 주제로 강연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경북대를 찾았다. 최근 그는 조기 대선을 전제하면서 “중도층과 2030 청년층을 끌어올 수 있는 후보가 승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의 정치적 관심을 환영하면서도 이분법적 갈등에 휩쓸리지 않는 성숙한 토론 문화를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격해진 찬탄·반탄 갈등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 경계심과 판단력이 (대학생들에게) 필요하다”며 “정치적인 대화가 더 많아지고, 이때 지켜야 할 규칙을 생각하면서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청년층의 표심을 잡으려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있다”며 “대학생의 정치 참여가 더 의미 있으려면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적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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