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래도 태양은 뜬다

2025-01-06

【 청년일보 】 지난해 12월 말. 한해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 마포의 인근지역 상권은 여느때와 달리 그야말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몇 년간 수많은 연말 일정과 송년회를 치뤄온 곳인 만큼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이렇듯 연말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 것은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인 듯 하다.

차디찬 바람을 헤치며 저녁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이미 지인들 몇분이 도착해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주문을 한후 대화의 장이 열렸다. 역시 화두는 계엄령과 탄핵이 주된 내용일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계엄령 사태 이후 경영 환경이 더 안좋아졌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속한 기업들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곳인지라, 기존에도 원자재값이 폭등한 상황에 환율까지 요동을 치다보니 불안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들이었다.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제품가격 인상을 최대한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 내년 역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인 듯 하다.

힘든 국내 내부 시장 상황에서 그나마 연말 특수의 기회마저 사라지고, 설상가상으로 대외 환경 여건도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좋은 이야기들이 나올리 만무하다.

천만다행으로,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K-푸드의 전세계적인 유행으로 수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미 고물가와 경쟁 심화 등으로 내수 시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해외 시장은 한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탄핵을 둘러싼 여야간 정치권의 장기간의 갈등에 더해 계엄령 사태가 겹치면서 K-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슬며들까 고심하는 흔적도 느낄수 있었다.

실제로 K-푸드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해외수출 규모는 117억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 상위 품목인 라면과 과자류, 음료, 쌀 가공식품 등의 수출액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너도나도 해외시장에 공장을 짓고 법인을 설립하는 등 K-푸드 글로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문제는 국내의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이후 환율은 1천500원 근처까지 치솟았고 코스피는 2천4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이번 계엄 사태로 전세계가 국내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K-문화가 유행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대한 타격이 우려되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의 경우 트럼프 정권의 귀환과 전세계적인 전쟁, 고물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작은 국가, 소수 민족이었음에도 세계 경제대국으로 위상을 높였다. 이에 지금의 갈등과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한층 성숙된 나라로 발돋움 할 것이란 기대를 가져 본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힘든 상황도 묘수를 찾아내 위기를 잘 대처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1997년 경제 주권을 빼았겼던 IMF 시절도 그 어느나라보다도 빨리 졸업한 저력이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지 않았던가.

굳세어라. 그래도 태양은 뜨고, 보릿고개를 넘으면 새 날이 온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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