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통한 김동관 지배력 ↑
지난달 한화 부자간 회동에도 이목
한화에너지 IPO 후 역할론도 주목
최근 한달 새 승계 설왕설래 쏟아져

한화 김동관 부회장의 총수 대관식이 어느 때보다 관심거리다.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한 그룹 내 지배력을 공고히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이자 총수인 김승연 회장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어 '세대교체'에 대한 재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한화에너지 싱가포르 자회사 등 3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이번 지분 인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의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작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존 지상 방산 포트폴리오에서 조선해양 사업을 추가하기 위한 일환이다. 장기적인 사업적 측면에서 두 산업의 시너지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다진 동시에 그룹의 핵심 사업군을 지휘하는 김 부회장의 지위가 한층 강화된 셈이다.
재계선 총수 승계 '설왕설래'
재계는 이같은 과정을 장남의 총수 승계 초읽기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총괄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의 지분 매입을 결정한 다음날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 등을 통해 지분, 사업 구조를 정리하면서 세대교체가 임박했다는 분석에 힘을 실리기도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분 정리를 마친 주의 주말, 김승연·김동관 부자 회동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김 부회장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김 회장 자택에 방문했다. 현재 김 부회장은 강남구 압구정동에 거주 중이다. 평범한 부자 간의 만남이라 평가할 수 있지만, 장남이 그룹 내 지배력을 공고히 한 직후 진행된 일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에 그룹의 노선 정리가 한 주에 모두 이뤄진 상황에서 부자간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가벼운 만남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룹의 승계를 앞둔 총수와 부회장의 만남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한화에너지 IPO 이후 역할론 주목
재계에선 김 부회장의 대관식을 위한 여러 방법론이 제기되는데,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분 확보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한화 최대주주는 김 회장(22.65%)이며, 한화에너지(22.16%)는 2대주주다.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각각 50%, 25%, 25% 씩 지분을 보유한 상태로 ㈜한화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한번 더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사실상 김 부회장 소유의 한화에너지가 확보할 자금이 그룹의 지배력 강화와 승계 구도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재계는 평가했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IPO 작업의 첫걸음을 뗐다.
회장 취임 44주년 맞은 김승연...최장수 총수 이어갈까

최근 한 달 새 대관식을 연상케 하는 작업이 연이어 이뤄지면서 재계는 김 회장의 판단에 주목한다. 삼형제의 경영 노선 정리가 명확해진 만큼 아버지의 결단만 남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화 내부에선 최근 김 회장이 총수 승계를 깊게 고민했다는 전언도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실제로 최근 총수 승계를 깊이 고민했다는 전언이 있었다"며"지금 장남이 경영 시험대에 오를 상황은 이미 지났다고 본다. 사업적으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이제는 김 회장 결단만 남은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한 결론으로 김 회장은 아직 승계가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전언도 함께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 회장의 의지를 확인할 바로미터로 '현장 경영'을 꼽는다.
김 회장은 지난해 총 8차례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하는 한편, 한화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에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 행보를 보였다. 오는 28일 한화이글스의 새로운 홈 구장(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막전이 열리는 만큼 경기장 등판이 김 회장의 올해 첫 현장 경영 행보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