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가 규모 7.7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지 나흘째를 맞았지만, 대다수 주민과 부상자들이 여진의 공포에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도 건물 안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피해로 초토화된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의 대표적 병원인 만달레이 종합병원의 야외 주차장에는 수백 명의 환자들이 침상에 누워서 치료받고 있다.
이 병원은 병실에 약 1천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여진이 계속되자 부상자들이 병실에 있기를 무서워해 실외에 머무르는 중이다.
집중 치료가 필요한 소수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의사들만 위험을 무릅쓰고 병실에 남아 있다.
대낮에 40도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서 환자들은 뙤약볕을 피해 얇은 방수포 밑에서 부채질하면서 더위를 쫓으려 애쓰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환자뿐만이 아니라 의료진도 무더위 속에 밀려드는 수많은 환자를 감당하면서 극도의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 의사는 "이곳은 모두에게 매우, 매우 불완전한 상태"라면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AFP에 말했다.
병원 바깥에서도 많은 사람이 추가 붕괴를 두려워해 건물에서 가능한 한 떨어져서 길 한가운데나 학교 운동장 등지에서 지내고 있다.
일부는 텐트를 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많은 이들은 담요를 깔고 누워 있다.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 깔렸다가 구조된 만달레이 주민 아웅수웨이윙(61) 씨는 집 앞에 침상을 깔고 노숙하고 있다.
가족 10명 중 자신과 아내만 살았고 나머지는 모두 숨졌다는 그는 "정부에서 해 준 것은 이 침상이 전부"라며 "옆집에서 밥을 줘서 그나마 먹을 수는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 착잡한 상황"이라고 연합뉴스 기자에게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발표한 지진 사망자가 2천56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이들의 시신을 처리하는 화장터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만달레이 외곽의 한 화장터에는 지금까지 약 300구의 시신이 밀려왔으며, 지난달 30일에는 100구가 넘었다.
이 때문에 화장터 직원들은 평소보다 6시간 더 일해야 했다.
지진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태어난 한 신생아는 만달레이 한 병원의 인큐베이터로 옮겨졌지만, 이름이 지어질 새도 없이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숨져 화장됐다.
산모는 논에서 일하다가 강진에 쓰러진 뒤 이 아기를 출산했다. 아기의 할머니는 화장터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모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고 AFP에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