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대입 시험 보듯 깐깐하게 자격 검증…로봇 수술 완성도 높여

2025-04-06

송교영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

최단기간 로봇수술 1만 건 달성

트레이닝센터서 이론·실습 교육

3단계 기준 통과해야 수술 자격

해외에서도 기술 배우러 찾아와

로봇 수술은 몸에 작은 구멍을 내고 로봇팔을 삽입해 진행하는 수술이다. 기존 개복·복강경 수술보다 절개 범위가 작아 회복 기간이 짧고 흉터에 대한 부담도 적다. 정밀성과 안전성도 뛰어나다. 손 떨림을 자동으로 보정해 주고 수술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한 3차원(3D) 영상을 제공하는 덕분이다. 하지만 동일한 기술을 쓴다고 결과까지 같은 건 아니다. 수술의 성패는 결국 로봇을 다루는 의사의 손끝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체계적인 교육과 반복 훈련으로 의료진의 숙련도를 높여 수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이제는 세계 각지에서 기술을 배우러 찾아올 정도다. 지난달 28일 송교영(위장관외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을 만나 로봇 수술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들었다.

로봇 수술을 도입한 지 올해로 17년째다.

2009년 3월 병원 문을 열면서 로봇 수술기인 다빈치S를 도입했다.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치고는 늦은 출발이었지만, 2022년 국내 최단 기간 다빈치 로봇 수술 1만 건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의·정 갈등으로 수술 건수가 줄어든 지난해에도 약 2500건의 수술을 했다.

수술의 양과 질을 유지하는 핵심은 뭔가.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와 체계적인 교육이다. 수술 소요 시간과 수술실 가용 시간을 분석한 다음 빈 시간대에 적절한 수술을 배치해 가동률을 극대화했다. 또 특정 진료과에 편중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해 여러 과에서 골고루 수술 기회를 얻고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우수한 의료진의 유입을 위해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어떤 교육 프로그램인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이다. 2013년부터 원내에 로봇 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두고 외과 전문의와 수련의, 전공의, 의과대 학생, 수술실 간호사 등에게 수준별 맞춤 교육을 한다. 싱가포르 국립대병원, 일본 규슈대병원 등 최소침습 수술 시스템이 선진화된 병원을 찾아가 보고 벤치마킹해 만든 곳이다. 센터에는 로봇 수술 시뮬레이터(모의장치)도 설치돼 실제 수술과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 훈련이 가능하다.

실습 훈련을 특히 강조한다고 들었다.

로봇 수술은 결코 쉬운 수술이 아니다. 개복 수술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고, 손으로 만지며 수술을 한다. 하지만 로봇 수술은 수술대와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기기를 조작한다. 조직이 손에 닿는 느낌이 없어 생각한 것보다 힘을 더 줄 수도, 덜 줄 수도 있다. 장비 조작이 미숙해 발생하는 문제를 막으려면 기계에 충분히 익숙해져야 한다.

임상 권한 시스템도 도입했는데.

검증된 의사만이 로봇 수술을 할 수 있게 인증 절차를 만든 거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레이닝센터 내 시뮬레이터로 일정 점수를 획득하고 동물 실습을 하는 등 3단계 승인 기준을 통과해야지만 로봇 수술이 가능하다. 임상 권한을 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6개월간 로봇 수술을 하지 않아 손이 무뎌지면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로봇 수술에 엄격한 자격 조건을 두는 병원이 흔치 않다.

서울성모병원은 로봇 수술의 기술을 해외로 전파하는 데도 앞장선다. 2023년 문을 연 아시아 최초의 로봇 수술 프로그램 교육센터(TPO)를 통해 국내외 의료진에게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TPO는 수술 로봇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미국 의료진과 개발한 평가 지표를 토대로 선정하는 우수 교육기관이다.

TPO를 주로 찾는 사람들은.

로봇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와 해외의 병원장, 수술실장, 간호팀장 등이다. 이들은 수술 기법을 넘어 로봇수술센터의 전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인다. 로봇 수술기를 이제 막 도입한 병원이나, 기기는 들였지만 수술 기법을 넘어 로봇수술센터의 구성과 운영 방식 등 로봇 수술을 안정되고 효율적으로 시행하려는 병원 등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향후 계획은.

로봇 수술기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의료진의 습득력과 적응력이 중요해졌다. 여기에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더해지면 수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 병원에는 해부학에 밝고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많고, 이들이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도 적극적이다. 매월 회의를 통해 정보도 활발히 공유한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술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정교하고 안전하게…과별 로봇 수술 현황

산부인과 등에서 적극 활용

아시아 최초의 기록도 세워

서울성모병원에서는 7개 과, 52명의 의료진이 각자의 방식으로 로봇 수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산부인과 김미란·이근호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자궁근종과 부인암에 로봇 수술을 적용해 환자의 가임력 보존을 돕는다. 자궁근종 발생 시 정밀한 절제와 촘촘한 봉합으로 자궁 조직을 보호하고 임신 중 자궁 파열 위험을 낮추는 식이다. 김미란 교수는 2019년 11월 아시아 최초로 로봇 자궁근종 절제술 1000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비뇨의학과 홍성후 교수는 고난도 신장암 수술에 하나의 구멍을 뚫어 진행하는 단일공 로봇 수술을 접목했다. 정교한 부분 절제술로 신장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며 암을 제거해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험을 피한다.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와 갑상선내분비외과 김광순 교수도 로봇 수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윤석 교수는 좁은 골반에 발생해 수술이 까다로운 직장암을 로봇으로 없애는 데 주력한다. 항문 근처에 생긴 암이라도 로봇팔 등을 이용, 괄약근을 최대한 보존해 환자 스스로 배변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김광순 교수는 갑상샘암 발생 시 겨드랑이로 접근하는 방식의 로봇 갑상샘 절제술로 목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성대의 기능을 최대한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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