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5768명.
지난 2023년 한 해 의료 관광을 위해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숫자다. 절반이 미용 시술 목적의 피부과(35.2%, 23만9060명)와 성형외과(16.8%, 11만4074명)를 방문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7월 발행한 ‘2023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을 시작한 2009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이 수치를 인용해 “한국의 의료관광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성장과 함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수년 동안 한국은 특히 중요한 분야의 의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전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민간 성형외과 의사 수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해 27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는 성형외과 의사 숫자가 증가한 이유로 진료 환경을 들었다. 의사들이 높은 보수를 받긴 하지만 이 돈은 장시간 근무로 인한 대가이며, 반면에 성형외과는 좀 더 여유로운 일정 속에서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수백 개의 성형외과가 있는 서울 강남 지역은 번창하고 있지만, 5200만 명의 국민들은 의료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열악한 의료 환경 개선과 의사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섰지만,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한 의사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다. 정유석 단국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의사 부족으로 지역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한 환자는 2017년 이후 3750명 이상이라고 한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는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란 연구결과에 따라 의대 정원을 연간 약 5000명 늘릴 것을 제안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성형수술과 같은 수익성 있는 전문 분야로 이동하게 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30대 산부인과 출신 의사는 블룸버그에 “산부인과나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선 의사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수준의 존중이나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지던트로서의 삶은 끔찍하다며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주당 80시간을 일했다고 했다. 지난해 동료들과 함께 파업에 참여했다가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현재는 서울의 한 피부과 클리닉에서 피부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이 의사는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의사들은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매우 낮은 급여율(super low reimbursements)로 유지되는 한, 항상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왜냐하면 동료 피부과 의사들이 자신보다 두 배 더 많이 버는 것을 볼 때 아무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중환자 전문 분야에 머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12ㆍ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한국의 의료 관광객 유치가 당분간 어려워 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한의료관광진흥협회는 계엄령 이후 국내 병원의 외국인 진료 예약 중 약 20%가 취소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외국인 성형수술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는 보도도 여전히 일부 관광객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다른 나라가 의료관광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변수다. 태국은 2022년부터 외국인 환자에 한해 1년짜리 의료관광 비자를 부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2022년에 전년 대비 52% 증가한 약 85만명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했다. 중국도 주름 개선레이저와 같은 주사제와 기계 사용을 규제 당국이 승인하면서 외국인 의료 관광객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