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라붐아울렛 서울대점. ‘폐점정리’라고 써진 현수막이 건물 외벽 한 편을 채웠다. 도심형 아웃렛인 이곳은 지난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영업했지만 이달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의류·잡화 매장에는 가득 쌓인 재고 상품 위로 ‘고별 세일전’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었지만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날 만난 고승재(28·관악구)씨는 “아웃렛 브랜드들은 좀 오래된 느낌이라 옷은 주로 온라인에서 산다”고 말했다. 장갑을 할인가에 구매했다는 한희재(63)씨도 “예전엔 (아웃렛) 이월상품은 할인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온라인보다 별로 싼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심형 아웃렛은 더 크게 휘청이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 국내 아웃렛 산업은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며 업계 실적을 견인했고, 이에 자극받은 백화점이 앞다퉈 체험형 쇼핑 공간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도심형 아웃렛은 ‘체험형 소비’를 앞세운 종합쇼핑몰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이커머스 사이에 끼어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특히 최근 종합쇼핑몰은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와 고객 참여형 팝업스토어를 앞세워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HDC그룹에서 운영하는 아이파크몰,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하는 스타필드가 대표적이다.

반면 2016년 오픈한 롯데팩토리아웃렛 가산점은 개점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9월 문을 닫았다. 해당 점포의 지난해 매출은 약 221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줄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뉴코아아웃렛 인천 논현점도 올해 6월 폐점했다.
이커머스의 성장은 도심형 아웃렛 입장에서 큰 위기다. 최근에는 이월 상품 및 재고를 정리하는 ‘온라인 아웃렛’도 생겨났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이월상품을 할인해 파는 ‘직진 아웃렛’ 카테고리 거래액은 최근 3개월(9월~11월) 지난해 동기대비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 고객 거래액이 지난해보다 72% 증가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에서 온라인 아웃렛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각사에 따르면 이달 기준 현대백화점은 4개, 롯데쇼핑은 9개, 이랜드리테일은 41개의 도심형 아웃렛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롯데쇼핑은 1개, 이랜드리테일은 7개 점포가 줄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심형 아웃렛은 10~20년 전 국내 출점 경쟁이 과열될 만큼 경쟁력을 갖춘 오프라인 쇼핑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소비 트렌드 반영이 느려 집객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교외에 넓은 공간을 확보한 프리미엄 아웃렛과 달리 공간 제약과 새로운 콘텐트 제공에 한계를 겪고 있다”고 짚었다.

주요 유통사들은 기존 도심형 아웃렛의 점포 효율화와 재단장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3월 현대시티아웃렛 동대문점 2층을 ‘서울 에디션’으로 재단장했다. 서울 에디션은 서울의 현대적인 감각과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트 해설 공간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아웃렛 청주점에 올해 4월 대형 푸드코트 ‘테이스티 그라운드’를 기존보다 두배 규모로 열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주요 점포의 식음료 브랜드를 재단장해 집객 효과를 강화하고 올리브영·다이소 등 비 패션 콘텐트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심형 아웃렛은 이커머스 발달과 패션업 정체 등 업태의 변화로 경쟁력을 잃었다”며 “위치한 상권별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해 점포별 특화 콘셉트를 만들고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등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단독] 홈플러스 가양점, 28일 폐점 확정…협력사 납품 중단 속 영업 유지 한계](https://img.newspim.com/news/2025/12/11/25121109540051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