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서맨사 하비(49)가 소설 ‘오비털’(Orbital)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을 받았다.
12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비는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2024 부커상 시상식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 지구를 돌던 6명의 우주비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 ‘오비털’로 부커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하비는 2019년 이후 부커상을 받은 첫 여성작가이자 2020년 이후 나온 첫 영국 수상자다. 그는 상금 5만파운드(약 7000만원)을 부상으로 받는다. 지금까지 소설 4편과 불면증에 관한 체험적 작품을 쓴 하비는 지난 2009년에도 데뷔 소설 ‘황야’(The Wilderness)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하비의 ‘오비털’은 미국과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 일본에서 온 남자 2명, 여자 4명 등 6명의 우주인이 24시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겪는 16번의 일출·일몰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비는 “이 상을 다른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존엄성을 옹호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는 것은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며 거울 속 인물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아이와 같다”면서 “우리가 지구에 하는 일은 우리 자신에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작가 겸 예술가 에드먼드 드왈은 136쪽 분량의 ‘오비털’에 대해 “우리 세상을 낯설고 새롭게 만드는 기적의 소설”이라며 “천천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1969년에 설립된 부커상은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로 작성된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이언 매큐언, 마거릿 애트우드, 살만 루슈디, 힐러리 맨틀 등이 있다. 지난해에는 아일랜드 작가 폴 린치가 디스토피아 소설 ‘예언자의 노래’(Prophet Song)로 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2016년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세계적 작가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