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대한민국의 많은 고등학생의 목표가 의대가 된 지 오래된 것 같다. 직업이라는 면에서 ‘의사’는 당연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따라서 의사라는 직업이 선호되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적성도 상당히 고려되어야 하는 직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떻게 농담 좀 보태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의 목표가 의사가 된 것일까? 의대열풍이 대한민국을 지배한지는 이미 오래되기에 그 부작용에 대하여도 학부모 및 학생들이 이미 모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알든 모르든, 그들과 함께 현실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보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지도 궁금하다.
이제는 다 모르겠고, 일단 인생 살이에 있어서 그나마 안전한(?) 의대로 일단 걸치고 보자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팽배해 있는 현시점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탓할 수도 없고, 부모를 누가 과연 탓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제시하는 대안 교육은 무엇일까. 이제 성공적이지 못했던 대한민국 교육부의 통제와 학부모의 압박적인 기대감에서 과연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학생 중심의 미래 교육을 펼치는 일본의 동명관학교
학교도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 일본 교육의 혁신, 학생 중심의 미래 교육을 펼치는 동명관 학교를 한국에 소개한다. 최근 일본 교육계는 학생 중심의 교육을 중요 가치로 생각하며, 개개인의 잠재력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동명관 중학교·고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지양하고, 학생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필자는 진노상을 최진영 종로학원 대표의 소개로 만났다. 최진영 대표는 5년 전에 인공지능에 기반한 수학교육을 하는 진노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그에게 직접 연락을 했고, 지금까지 좋은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의 교장이자 이사장인 진노상의 이력이 특이하다. 그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했었다. COMPASS(AI를 이용한 수학교육 스타트업)라는 회사를 매각한 후 그 자금으로 인수한 학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진노상은 COMPASS의 매각 이후, 동명관 중고등학교를 인수하여 교육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인수할 당시만 해도 연간 8000만엔 정도의 적자를 감당하던 학교였으나 학교라는 이유로 방만하던 경비를 절감하고, 학생 중심의 교육 등으로 학생을 더욱 유치하여 내년에는 손익 분기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의 경우 학교를 등교하지 않는 학생(부등교 학생)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현재 30만명에 이르러 등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족갈등, 사회부적응 등)가 누적되어 있다.
진노상은 부등교 학생이 제로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참고로 노르웨이는 부등교 학생이 없음), 본 학교를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교로써 성공시키고 이를 일본 전역으로 확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동명관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강압적인 숙제도 없다. 스스로 본인의 꿈과 진로를 찾는 활동을 통해 학습 동기를 부여함을 목적으로 하며, 학칙도 학생들이 만들고 스스로 지켜나간다.
일본은 “AO”입시라고 하여, 학생의 다양한 활동이나 토론, 발표, 에세이 쓰기 등을 바탕으로 학생을 뽑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기존 학교들은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현재의 새로운 입시 방식에 적절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동명관은 AO입시의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 활용하여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스스로가 결정한 사항에 책임을 지는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동명관에서는 고등학교만 가도 본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시간표를 만들 수 있다. 학습 방법 역시 선생님과 수업을 할 것인지, 유튜브로 혼자 공부할지, Qubena(학습에 도움을 주는 진노상이 만든 에듀테크 어플리케이션) 같은 에듀테크로 공부할 것인지 구체적인 자신의 공부 방법을 자신이 고를 수 있다. 본인의 미래는 본인이 선택한다는, 자유와 책임감을 어릴 적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학교 교칙도 학생들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하나는 국가의 법은 지킨다. 둘은, 교칙을 변경함에 있어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학생들끼리 꾸준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서 모두가 불안해하지 않는 규칙을 도출한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도 적극적으로 추천되며, 이를 탐구 수업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와 관련된 문화 수업을 학생들이 주제로 정하여 진행하면, 캄보디아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되는지 서로 연구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수학도 배우고, 이 과정에 필요한 영어도 배운다. 이를 통해 경제원리도 배우고 역사 수업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탐구 수업을 하면서 실제 캄보디아인들과 온라인으로 회의도 하면서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각도 듣는다.
결국 캄보디아까지 방문하여, 캄보디아 학생들과 실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여 실제 자신들의 생각을 현실에 옮겨본다. 자기의 적성을 파악하여, 자기에 맞는 공부법을 자신이 정하고 교칙까지 정한 학생들이, 사회나 국가도 자신들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이들은 높은 자아의식을 가지게 된다.
특이한 점은 경쟁에 대한 관점이다. 무엇보다 많은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경쟁하지 않음’을 중요하게 여긴다. 경쟁을 하면 경쟁에 이긴 학생만 동기가 생기고, 경쟁에서 도태된 나머지 학우들의 동기부여를 죽이는 점 때문에 경쟁을 자제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부등교 학생들도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적성을 파악하여 자기 미래를 만드는 학생들을 양성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교육이라는 분야가 역시 경직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가능하게 만드는 동명관을 이끌고 있는 지로 교장의 철학이 매우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동명관은 일본의 학교로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점들이 다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미래는 어느 면에서 일본과 매우 닮아있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고 고민이 많다. 따라서 많은 노력을 사회적으로 기울이고 있으며, 어린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일단 잘은 모르겠지만, 많은 학생들의 미래에 대하여 우리가 진정 고민을 하는가? 그냥 의대면 되는 것인가? 우리 나라의 교육부를 비롯하여, 많은 교육자들이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려고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서 나온다. 가장 먼저 교육이 변해야,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있을 것이다.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현)이엠컨설팅 대표,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현)LESI YMC Korea Chair, INTA Trademark Office Practices Committee
•(현)서울시, 레페리, 아이스크림키즈, 센슈얼모먼트, SBSCH 자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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