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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50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절반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여력이 열악해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업의 절반이 법의 사각 지대에 놓인 것이다. 모호한 법령을 정비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정책 개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처법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는 지를 조사한 결과 기업 71%가 '전부 완료'라고 답했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53%만 이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는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3년이 지난 상황에서 국내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1000인 이상인 대기업은 모두(100%) 안전 관련 예산을 늘렸다. 평균 예산 규모는 2337억원에서 2965억원으로 627억6000만원이 증가했다. 300~999인은 93%에서 평균 9억1000만원, 50~299인은 80%에서 평균 2억원을 늘렸다.
다만 5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는 절반 가량인 54%만 예산을 늘렸고 증가 규모도 5000만원으로 작은 편이었다. 경총 관계자는 "소규모 기업은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전문인력 확보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자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컨설팅과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과도한 서류작성에 따른 행정력 낭비'(63%)라고 답했다. 중처법 규정이 여전히 불명확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할 전문 인력들이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안전인력 확보 및 예산 부족 32% △현장근로자의 관심과 협력 미흡 31% △관리해야 할 도급업체 증가 및 책임 강화 26% 순이었다.
정부의 산업안전 정책이 사망 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5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기업 81%가 중처법 개정이 필요하다 의견을 냈다. 개선이 시급한 부분으로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 등 경영책임자 의무 구체화'(47%)를 꼽았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의 안전 투자가 실질적 산재 감소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효성이 낮은 안전 법령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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