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촌뜨기와 야만인

2025-04-25

“미국의 ‘촌뜨기들(鄉巴佬們)’이 중화민족 5000년 문명 앞에 징징거리게 하자.”

지난 15일 샤바오룽(夏寶龍·73)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의 말이다. ‘2025년 홍콩 국가안보 교육의 날’ 행사에서 샤 주임은 미국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냈다. 특히 ‘샹바라오(鄉巴佬)’는 도시에 한 번도 못 가본 시골 사람을 경멸하는 비속어다.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정협 부주석을 역임한 샤 주임은 이날 비(非)외교적 언사를 서슴없이 구사했다. “친구가 오면 좋은 와인으로, 적이 오면 샷건으로 맞이한다(朋友來了有好酒 敵人來了有獵槍)” “첫 주먹을 잘 때리면 백 대를 피할 수 있다(打得一拳開 免得百拳來)” 등등.

사실 샹바라오는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발언에서 먼저 등장했다. 밴스가 지난 3일 미국 폭스 뉴스에 출연해 “미국인은 ‘중국 농민들(Chinese peasants)’로부터 돈을 빌려 중국 농민들이 만든 물건을 산다”고 했는데 중국 매체들이 ‘중국 농민’을 샹바라오로 번역하며 분노를 표출해서다. 밴스는 세계화로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제조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중국인들은 밴스를 향해 샹바라오를 쓴 적이 있다. 흙수저 정치인 밴스의 자서전(『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에 쓰인 힐빌리를 샹바라오로 번역했다. 원래 뜻은 미국 동부의 쇠락한 애팔래치아 산맥 일대의 가난한 백인을 일컫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야만인(野蠻人)’이란 단어로 반격했다. 지난 10일 중국 외교부의 주(駐) 홍콩 연락사무실의 황징루이(黄景睿) 대변인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독자의 편지’를 보내 “상호관세 부과가 미국을 21세기의 야만인으로 만들었다”며 비난했다.

이달 초 미·중 관세 전쟁 1라운드는 세율 공방전이었다. 중국 ‘촌뜨기’와 미국 ‘야만인’의 말다툼은 2라운드다. 베이징이 아닌 홍콩에서 나섰다.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양보 없는 미·중 격돌에 다른 나라 국가 지도자는 섣부른 양자택일이 아닌 냉정한 대응과 국민 단결을 호소한다. 더 나쁜 내일에 대비하자는 쓴소리도 많다. 섣부른 결정론이 난무하는 한국이 귀담아들어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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