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후 영아 학대 문제 공론화 계기
올 7월부터 출생통보·보호출산제 시행
출산한 아기 두 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30대 친모가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병원에서 출산한 아이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과의 사이에서 3명의 자녀를 둔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영아로, 모든 것을 피고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A씨는 적어도 불법성의 정도가 현저히 낮은 대안이 존재함을 알면서도 범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미 3명의 자녀를 둔 상태에서 두 아이까지 키우면 양육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A씨 측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을 수긍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 사체은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되지 않은 ‘그림자 아기’ 사례를 발견하면서 확인됐다. 이 사건 이후 영아 학대 문제가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아동은 21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건 이후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시행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이나 분만에 관여한 의료인이 국가에 출생을 알리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7월부터 시행됐다. ‘병원 밖’ 출산 등 ‘사각지대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부터 한국의 출생신고 제도 개선을 권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