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베트남에서 가수 아이유, 글로벌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빠르게 인지도가 높아져 우리은행의 QR 결제를 이용하는 베트남 상점 수는 2023년 1789개에서 지난해 11월 말 6330개로 3배 이상 급증했고 결제 건수는 같은 기간 10배 넘게(8만 8374건→91만 7938건) 껑충 뛰었다. 박종일 베트남 우리은행 법인장은 “한류를 활용한 진출 전략이 상당히 효과가 크다”며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 경쟁력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미래 금융 주력 고객인 글로벌 MZ세대를 공략하는 데 K컬처가 큰 힘이 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을, 신한은행은 배우 김수현을 각각 광고 모델로 기용 중이다. 국민은행은 2023년 SM엔터테인먼트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K팝 가수와 함께하는 ‘SM타운 라이브 콘서트’를 주최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가수 ‘에스파’의 초상권을 활용해 현지 마케팅을 지속해오고 있다. 전우영 PwC 스트래티지앤 파트너는 “일본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수조 원을 동남아 지원에 쏟으며 영향력을 키웠는데 불과 수년 만에 한국이 문화 자본의 힘으로 이를 뒤집었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런 경향이 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K컬처는 역사적 응어리를 풀어 현지인들의 마음을 여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태국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한국 금융사들이 줄줄이 철수하자 최근까지 자국 진출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뱅크가 현지 주요 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맺고 태국판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준비하면서 이런 기류가 다소 옅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 당국은 심사를 거쳐 올해 상반기 이들에 인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베트남은 2021년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지정했고 일본의 영향력이 컸던 태국도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PAT)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한 학생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어를 택한 학생의 수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