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갈등 속 뉴진스의 다음 스텝이 위태로워 보인다.
뉴진스가 ‘최후통첩’까지 날리며 염원했던 민희진의 어도어 대표이사직 복귀는 일차적으로 좌절됐고, 한배를 타고 있는 모회사는 각종 구설로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이미지를 얻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어도어 대표이사 선임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판단을 내릴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를 배척하는 처분이다.
앞서 어도어는 지난 8월 27일 이사회를 통해 민 전 대표를 해임했고, 이에 민 전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대표이사직 복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30일 있을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루는 이사회에서 어도어의 사내이사 3인이 안건을 찬성하도록 지시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하이브가 이사들에게 신청 내용과 같은 업무 진행을 지시하더라도, 독립적으로 안건에 관한 찬반을 판단·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법적 효과가 없음을 이유로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민 전 대표의 복귀는 사실상 불발 됐고, 3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참석자 과반의 반대로 ‘민희진 대표이사 선임안’이 부결됐다. 이로써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민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 측은 앞서 각하 결정 후 주주간계약을 근거로 재선임하지 않을 시 법적 권리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해당 결과에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하이브 측은 이미 민 전 대표의 복귀 없이 정상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상 하이브 CEO는 각하 결정 직후 회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지난 7개월여 동안 지속해온 혼란의 국면이 전환점을 맞게 됐고 여러 사안이 정리될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졌다”며 “회사는 빠르게 어도어 정상화에 나서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뉴진스 프로듀서 재계약에 있어서 빠른 시간 안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내부적 문제에 대해서도 “인적 쇄신도 고려하고 있다”며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여론까지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4월부터 지리멸렬하게 이어온 분쟁은 물론, 그 안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으로 인해 하이브는 K팝 팬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24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이브가 국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외모 품평이 담긴 동향 자료인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를 작성해 내부적으로 공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이브를 향한 비난의 수위는 더 높아졌다.
특히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세븐틴의 승관까지 “그대들에게 쉽게 오르내리면서 판단 당할 만큼 그렇게 무난하고 완만하게 활동해온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돌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라고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 뿐만 아니라 방시혁 의장이 문제가 된 외모 품평 보고서의 사내 공유를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전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에 놓인 뉴진스의 다음 스텝에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이 CEO 역시 어도어의 정상화로 뉴진스의 향후 행보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뉴진스가 데뷔 2년여간 이어온 상향 곡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