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남양유업 주총 결의 취소, 대주주 '셀프 보수' 관행 멈출까

2024-10-29

[비즈한국] 아워홈과 남양유업이 최근 법원에서 회사 이사의 보수 한도를 승인한 지난해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상법에 따라 회사 주주는 본인들의 개인적인 이해와 충돌하는 주총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당시 이사로 재직 중이던 회사 주요주주가 스스로 이사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 표결에 참여한 게 문제가 됐다. 잇따른 법원 판결이 관행적으로 굳어진 대주주의 ‘자가 보수 책정’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달 27일 2023년도 이사보수 한도를 승인한 지난해 정기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경영에서 물러나 있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지분 38.56%)은 해당 안건이 지난해 4월 자신을 제외한 주주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자, 당시 이사로 재직하던 동생 구지은 전 부회장(20.67%)과 구명진 전 이사(19.6%) 의결권 행사가 위법하다며 같은 해 5월 소송을 냈다. 당시 승인된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150억 원이었다.

남양유업도 지난 5월 31일 법원에서 같은 내용의 주주총회결의 취소 판결을 받았다. 회사 감사인 심 아무개 변호사는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 한도를 50억 원으로 정하는 안건이 가결되자, 당시 이사이자 최대주주(당시 자사주 제외 시 지분 54.7%)​인 홍원식 전 회장 의결권 행사를 문제 삼으며 해당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심 변호사는 남양유업 지분 3%를 보유한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선임한 남양유업 감사다.

이사보수 한도를 승인한 두 회사의 주총 의결이 취소된 배경에는 회사 이사였던 주요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있다.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개인적 이해를 가진 사람이 주주 입장이 아닌 자기 개인 이익을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법은 주총 결의의 공정성을 위해 안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아워홈과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 이사보수 한도 승인 의결에는 각각 회사 이사이자 주요주주인 구지은·구명진 씨와 홍원식 씨가 참여했다.

지난해 아워홈과 남양유업 주총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은 이사인 주주들의 의결권을 빼면 부결된다. ​상법과 두 회사 정관에 따라 회사 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되, 주주총회 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과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으로 한다. ​지난해 아워홈 이사보수 한도 승인 의결에서 구지은, 구명진 이사 의결권을 빼면 출석 주주 찬성률은 61.44%에서 35.43%로, 남양유업 의결에서 홍원식 이사 의결권을 빼면 출석 주주 찬성률은 82.69%에서 41.41%로 낮아진다.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는 셈이다.

아워홈 주총 결의 취소 판결을 한 서울남부지방법원 재판부는 “아워홈 이사인 구지은, 구명진은 이사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결의가 이뤄지면 그 한도에서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구지은, 구명진이 보유한 주식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에 산입돼서는 안된다”며 “이 사건 결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가 의결권을 행사한 하자가 있으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남양유업 주총 결의 취소 판결 취지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잇따른 판결은 그간 관행적으로 굳어진 대주주의 ‘셀프 보수 책정’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별이해관계자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상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과거 회사 이사인 대주주들은 주총에서 공공연하게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표를 던져왔다. 통상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 한도를 정한 뒤, 이사회에서 개별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책정한다. 최근 판결 전까지 법조계에서도 개별 이사보수가 아닌 보수 한도 안건까지 의결권을 배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정책팀장은 “주총 안건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상법 규정에 따라 이사보수 한도를 정하는 주총 안건에서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은 제한돼야 한다. 최근 판결은 이런 상법 취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현재 상당수 회사들이 이사보수 한도와 관련한 의결권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주주가 없어 그냥 넘어가는 상황이다. 실무 관련 가이드라인이 배포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판결이 이사보수 책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모가 작은 비상장회사의 경우 대부분 주주가 이사를 맡는다. 이사보수 한도를 정하면서 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빼면 사실상 이사보수 한도를 산정할 수 있는 주주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 이사보수 한도 승인 결의 취소 소송을 진행중인 한 관계자는 “주주총회 의안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상법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조항임에도 그간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이번 판결마저 없다면 해당 조항은 사문화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실적 문제를 일으키는 입법의 오류는 판결이 아닌 법 개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향후 이사보수 한도 승인 결의 취소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실제 이사보수 집행도 제한될 전망이다. 주총에서 승인된 이사보수 한도가 개별 이사보수 집행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회사는 이사보수 한도를 사후적으로 다시 정하게 될텐데, 경우에 따라 지급 예정인 이사의 보수가 줄거나, 기존에 지급된 이사보수가 부당 이득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부당 이득 반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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