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주디스 버틀러 지음
윤조원 옮김
문학동네
젠더(gender)는 통상 생물학적으로, 또는 출생 시 법적으로 지정된 성별(sex)과 대비해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성적 정체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젠더 철학자로 미국 대학의 석좌교수인 지은이는 젠더 형성에는 사회의 시각, 자아감, 정체감 등 훨씬 복잡한 요인이 개입된다고 본다.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는 1990년 저서 『젠더 트러블』 이래로 큰 주목을 받아온 그의 신작. ‘젠더’를 공격하는 ‘반젠더 이데올로기 운동’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응에 나섰다.
공격은 매섭다. 권위주의 러시아에선 젠더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시절의 브라질은 어린아이들에게 동성애를 가르치는 세뇌로 몰아갔다. 일부 종교와 교단에선 전통적 가족체제를 파괴하려는 강령의 상징으로 비판한다.
반젠더 세력이 젠더를 생명‧문명‧사회‧사상 등에 대한 위협으로 지목하는 이유를 지은이는 ‘다양한 두려움과 불안을 하나로 모은 판타즘’에서 찾는다. 자신들의 해악을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성별’을 생식기에 따라 출생시 지정되는, 불변의 특성으로 정의하려 했다. 지은이는 이를 법에 따른 성차별 범위를 축소해 트랜스인 사람들이 차별 당했다고 주장하는 걸 막을 목적이 숨어 있다고 풀이한다.
영국에선 독특하게도 트랜스인 사람들을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인 터프(TERF: Trans Exclusionary Radical Feminist)가 반젠더 운동을 벌인다. 반젠더 운동이 보수적 종교운동이나 정치운동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남녀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대해 지은이는 유럽의 이성애 중심적 규범을 흑인과 유색인종에게 강요한 결과라는 주장을 편다. 가부장제와 여성종속 강요, 노예제와 식민주의가 이분법 주장과 한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자유와 연대를 강조하며 평등을 지향하고 불의에 맞서는 모든 사람이 광범위한 연대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젠더는 자유‧평등‧정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