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노베이트, 올해 파트너십 확대로 BM 창출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롯데이노베이트가 메타버스 사업 강화를 위해 해외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는 롯데그룹과 시너지 창출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 중이다. 다만 롯데이노베이트의 낮은 수익성이 장기적인 투자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는 메타버스 사업 확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메타버스는 대표적인 미래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 조사 기관 Statista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2030년 67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자 국내 IT 기업들도 해당 사업에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코로나 시절 오프라인 만남이 제한되자, 메타버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국내 IT 기업들도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메타버스 내에서 대학교 입학식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메타버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인기가 급격히 시들었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미팅이 다시 활성화되자 유저 수가 급감했다. 이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컴투스, 넷마블 등이 메타버스 사업을 철수·축소했다.
하지만 롯데이노베이트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행보로 이목을 끈다. 자회사 칼리버스를 중심으로 신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칼리버스도 롯데이노베이트 기술의 집약체다. 칼리버스는 언리얼엔진5를 활용한 초실감형 그래픽이 강점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잠실 롯데월드의 약 34배 크기인 133만 평 규모가 특징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사 메타버스 강점으로 온·오프라인 연계를 내세운다. 현실세계와 같이 이커머스(통신판매) 등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NFT(대체불가토큰) 자회사 코튼시드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칼리버스 내에는 코리아세븐,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 등 유통 플랫폼들이 구현됐다. 유저는 실사에 가까운 버추얼 플랫폼으로 식품, 전자제품,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쇼핑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엔터테이먼트 요소도 마련됐다. 유저들은 메타버스 내에서 공연장을 방문해 문화생활을 소비할 수 있다. 아울러 아바타 생성이나, 미션 등 게임 요소도 도입해 흥미를 돋는다.
궁극적으로 유저들이 메타버스 내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메타버스 사업이 SI(시스템 구축) 부문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유통에 강점이 있는 만큼 메타버스 내에 경제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용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그룹도 메타버스 사업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4대 신사업 중 메타버스(뉴라이프 플랫폼)을 포함시킨 바 있다.
◆ 칼리버스, BM 발굴까지는 적자 지속…낮은 수익률도 고민
칼리버스가 이제 막 출범한 만큼 구체적인 BM(비즈니스 모델) 발굴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롯데이노베이트가 칼리버스 사업에 투자한 총출자액은 640억 원에 달한다. 장기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롯데이노베이트의 재무상태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행히 장기투자를 위한 여건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롯데이노베이트는 IT 서비스 기업인 만큼 SI·SM(시스템 관리)라는 든든한 캐시카우를 보유 중이다. 경기 위축으로 인해 매출 감소도 우려되지만 이전과 달리 AI와 DX(디지털전환) 확장으로 인해 IT 투자가 필수화되며, IT 서비스 기업들의 경기 민감도도 낮아지고 있다.
확보한 유동자산도 많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369억 원의 유동성자산과 399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유동비율은 134.68%이며, 순차입금도 마이너스로 집계되는 것을 미뤄보았을 때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도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낮은 수익률이 장기적인 투자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3분기 주요 IT 서비스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삼성 SDS 7.08% △LG CNS 9.9% △현대오토에버5.8%를 기록했다. 반면 롯데이노베이트는 2.88%에 머물렀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은 주요 자회사들의 적자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칼리버스의 누적 영업손실은 72억 원이다. 전기차 충전 자회사 이브이시스의 누적 영업손실도 99억 원을 기록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도 리포트를 통해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폭이 관건"이라며 "칼리버스의 경우 아직까지 지속성 있는 수익화를 위한 BM이 정립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고정비를 커버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협력 확대를 통해 BM 발굴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세계 진출을 꾀할 방침이다. 최근 진행된 세계 최대 IT 행사 CES에서 엔비디아, 메타, 아비트럼 등과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지난해가 칼리버스를 세계에 론칭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글로벌에 진출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라며 "빅테크 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메타버스를 고도화 및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VR(가상현실)·증강현실(AR) 보편화가 완료되면 칼리버스가 수혜를 톡톡히 볼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VR 기기를 활용해 칼리버스 내에서 콘텐츠를 현실감 있게 소비할 수 있으면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며 "VR 기기로 가정 내에서도 실감나게 쇼핑을 하거나 문화 생활을 소비하는 유저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