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 의료계 위협 3대 현안 처리 비대위 구성
대한의사협회가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성분명 처방 법제화 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급기야 임시대의원총회까지 소집, 대책마련에 나선다.
의협은 오는 25일 오후 4시 30분,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2025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총회의 목적은 크게 3가지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 및 한의사 X-ray 사용 의료법 개정 저지와 검체수탁고시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하나 같이 무거운 사안으로, 별도의 비대위를 설치해 현안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국회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 및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약사법 및 의료법 개정안을 계류 중이다. 정부 역시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과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도 의사들을 옥죄는 현안 중 하나다.
이 가운데 수급 불안정 의약품 처방 시 성분명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처럼 의료계를 위협하는 중대 현안이 잇따르자, 의협은 지난달 30일 김택우 회장을 시작으로 연일 국회앞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주요 원인은 정부의 일방적 약가 결정 구조, 제약사의 경제 논리만을 따진 생산 중단 등 구조적 문제에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근본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걸고 갑자기 성분명 처방이라는 도박판을 벌이는 것은 의약분업 제도 자체를 파기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성분명 처방 반대 1인 시위를 벌인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도 “환자는 약을 조금만 바꿔도 불안해하고 적응을 못한다. 그래서 환자의 약 변경은 의사도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이는 결국 순응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는 그러면서 “수급 불안 의약품 해결책은 성분명 처방이 아니라 약제의 공급과 상황에 대해 의사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적절한 처방을 통해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산하 시도의사회와 대한내과의사회 등 각 직역의사회도 연일 성명을 발표하며 성분명 처방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이런 목소리가 먹히지 않자, 의협은 비대위 구성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강도높은 대정부 투쟁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택우 회장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하나”라며 “집행부를 구심점으로 하는 범대위든, 대의원회 산하 비대위든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힘을 모아 총력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를 무너뜨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또다시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투쟁의 길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도 17일 의협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와 국회는 의사를 여전히 정책 추진을 위한 파트너라기 보다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온갖 악법을 남발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 협조 없이 성공적인 보건의료 정책이 정착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는 한 필수의료는 살아날 수 없고, 보건의료 시스템 전체는 계속 무너져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검체검사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체검사 시행기관인 병의원과 수탁을 받는 검사센터 간 비용을 분리해 청구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비롯됐다.
예컨대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검체검사 비용의 110%를 검사 의뢰 기관에 지급한다. 병의원은 이 중 10%의 관리료를 제외한 100%를 검사센터에 보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검사센터가 병의원과의 계약을 위해 검사료의 상당 부분을 할인해주거나 일부를 되돌려주는 방식이 오랜 관행처럼 굳어졌다.
정부는 이러한 관행이 검사센터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검사 품질이 저하되고,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개편에 나섰다. 복지부는 현재 10%인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위수탁기관이 기존 검사료 안에서 고시 확정 비율에 따라 분리 정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한 고시개정안을 다음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 처리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검체수탁 개악은 국민 건강의 최전선인 일차의료를 고사시키는 명백한 폭거”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사노조 결성을 통한 조직적인 투쟁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허용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명하 의협 상근부회장은 20일 국회 앞 1인 시위에서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피고인(한의사)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여 형사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일 뿐,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합법화하거나 정당화한 판결이 결코 아니다”라며 “의료법상 엄연히 한의사 면허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합법화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