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 소통 리더십으로 경영 정상화 성공
조선 분야 진출 이어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 완성
미국 시장 진출에도 진심…필리 조선소 이어 오스탈 지분 인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명실상부 후계 1순위 자리를 굳히며 그룹 내 2인자로 자리 잡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 보유 지분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김동관 부회장은 가장 많은 4.86% 받았다. 김 부회장은 총 9.77%의 지분을 확보했고,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 11.08%까지 총 20.8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사업인 방산·석유화학·에너지 등을 맡고 있어 경영권 승계 구도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화오션 인수를 통해 조선·방산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또 태양광 등 에너지 부문에도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각 사업별로 김동관 부회장이 미친 영향력을 살펴보고, ‘포스트 김승연’ 시대를 이끌 후계자로서의 리더십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직접 주도했으며, 리더십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도 일조했다. 앞으로는 한화오션의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는 목표다.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호주 오스탈의 경영 참여를 목표로 하면서 글로벌 조선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진두지휘…소통 리더십 효과 ‘톡톡’
한화오션은 지난 2023년 5월 한화그룹으로 편입됐다. 이전까지 대우조선해양으로 운영되며 국내 조선 3사 중 하나였지만,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어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는 저가 수주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컸으며,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서면서 기업문화도 사실상 사라졌다. 공공기관에 가까운 사내 분위기는 성과를 창출하기보다는 안정과 생존을 위한 구조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역동성과 자율성도 위축됐다. 결국 부실 조선사라는 오명을 안게 됐고,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와 외부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인수에 뛰어들었고 현재의 한화오션이 탄생하게 됐다. 김동관 부회장은 직접 인수 과정을 이끌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팀의 최고책임자를 맡으면서 의사결정에 관여하며 그룹 차원의 전략을 조율했다.
김 부회장의 인수 추진은 조선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확장하는 한편 지상·항공 중심이던 방산 사업에 해양 부문을 추가해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또 기존 방산 부문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인수 이후에는 한화그룹의 문화를 빠르게 정착시키면서 회사도 성과 중심 조직으로 환골탈태했다. 경직됐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럽고 유연하게 바뀌고, 조직 전반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의 소통 리더십도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에 한몫했다. 그는 인수 직후 거제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 구성원들과 만나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고,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과 해외 전시회에 직접 방문하는 등 사기 진작에도 힘썼다.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별 수주 전략은 물론 인재 고용 확대,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내부 변화를 유도했다. 김 부회장의 이러한 노력은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임직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주효했다.
한화오션도 곧바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김 부회장의 리더십 효과가 입증됐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2년 1조613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1964억 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였으며, 2024년에는 23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이 인수 초기 빠르게 회사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했다”며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며 주요 의사결정에도 직접 관여하며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넘어 세계로”…글로벌 영역 확대 추진
김 부회장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북미 방산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호주 조선·방산기업인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부회장은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해군의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협력 기반을 만들었으며, 장기적인 수주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MRO 사업에서는 수주 성과도 올렸다.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사 중에서는 최초로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에 대한 MRO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MRO 사업 역시 확보했다. 올해도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보급함 MRO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같은 성과는 미국 해군 관계자들이 방한할 때마다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서 한화오션의 기술 역량과 비전을 설명하며 신뢰를 쌓아온 결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의 미국 시장 진출 의지는 필리 조선소 인수에서도 강하게 드러났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확정하면서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필리 조선소의 노후화로 인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곧바로 생산능력 확대, 자동화 설비 투자를 결정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향후에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호주 조선·방산기업인 오스탈 최대주주에 올라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오스탈은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 필리핀, 베트남에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탈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한화의 상선 및 함정 건조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조선·방산 분야에서의 한화의 위상은 한층 더 높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관련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는 한화그룹이 오스탈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으며, 호주에서도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조선과 방산을 잇는 교두보로 한화오션을 키우면서 그룹 전체의 글로벌 방산을 이끌고 있다”며 “미국에 이어 호주에서도 오스탈 지분 확대 승인이 확정된다면 글로벌 방산기업 톱10 진입에 더 빠르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