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으로 쟁취하는 시대 지났다...노동자도 자기 혁신해야

2025-02-11

필자가 일하는 경북 영주시 아파트 공사현장은 골조가 거의 다 올라갔다. 하지만 골조가 끝났다고 공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일을 빨리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면 지금부터는 천천히 꼼꼼하게 일해야 합니다. 한번 지나간 곳은 마감이라고 생각하고 세밀하게 해주기 바랍니다.”

담당 팀장이 작업 전 안전 미팅 시간 때마다 하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튀어나온 벽을 깎거나 함몰된 벽을 바르기 위해 힘과 속도가 필요했다면 석고보드로 벽을 치고 나서는 골조와 이음새를 섬세하게 발라 주어야 한다. 건물을 처음 세울 때는 주변이 어수선하고 기초를 세우기 위해 여러 사람이 정신없이 달라붙는다. 하지만 점점 체계적으로 전문 영역이 나뉘고, 질서가 잡히기 시작한다. 이처럼 건설 현장의 변화는 노동자의 성장과도 닮았다. 처음에는 기초를 쌓느라 바쁘지만, 이후에는 정밀하고 섬세한 작업으로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한 시대의 변화와 발전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대량 생산을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밤새워 일하던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술력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낸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건설안전박람회에서는 사고 발생 시 알림을 보내는 스마트 헬멧이나 작업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디지털 안전벨트 등이 선보였다. 단순 보호 장비를 넘어 데이터와 연결된 첨단 기술이 건설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건설업도 단순 노동이 아닌 정교한 기술과 분석이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설 현장도 첨단 기술이 중요한 시대

최근 건설 현장에는 인부들의 고령화로 숙련공이 부족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불경기로 건설 현장 자체가 줄어 오히려 쉬고 있는 노동자들이 더 많다. 건설 경기가 안 좋은 이유를 노동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발적 임금 삭감을 하면서 일자리를 유지하려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럴 때 디지털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하면 어떨까.

할석(돌깨기)의 대부분은 벽이나 기둥을 수직과 수평으로 맞추는 일이다. 수직은 지구 중심과 맞추는 일이다. 즉 지구의 중심으로 향하는 축과 일치해야 건물이 균형을 유지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다. 그동안 종교나 철학은 천도에 맞춘다며 하늘과의 수직적 관계를 강조해 왔다. 가치 기준이 늘 하늘에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일을 해보니 수직은 하늘이 아니라 땅 중심과 수직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늘이 추상이나 관념, 피안, 이상을 상징한다면 땅은 현실과 구체성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땅의 현실, 삶의 어려움을 잊기 위해 하늘나라의 이상을 바라며 치유를 구했다. 하지만 요즘 진행되고 있는 계엄과 탄핵 정국을 보면서 지식인, 고위 공직자, 고위 장성들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니체는 ‘원한’을 인간의 가장 큰 악덕으로 보았다. 그는 패배의 원인을 자신의 부족함이 아니라 상대의 악덕 때문으로 돌리는 태도를 비판했다. 이런 자들은 자신이 패한 것은 사회 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며 모든 것을 평등하게 나누는 사회를 꿈꾼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혁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식인과 정치인은 우리 사회를 진영으로 나누어 민주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상대에 대한 분노를 부추겨 왔다. 분노가 가장 쉬운 정치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면 내 편이 되고 내 편이 안 되면 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자기 스스로 생각을 하지 못하고 표현할 줄 몰라 진영에 속하거나 유명 인사에게 자신의 영혼을 맡기고 따라다니는 대중이 되었기 때문이다.

분노에 기반한 노동 운동은 한계

내 생각은 없고 ‘우리’라고 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길거리를 휘어잡고 다니는 영웅 놀이에 빠졌기 때문이다. 노동 운동도 그랬다. 사용자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이익을 취해왔다. 노동자의 기술 혁신이나 작업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기보다는 단합된 힘으로 권리를 쟁취해 왔다.

아직은 집회를 통해 대중의 힘을 과시하고 뜻을 관철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하고 있지만 개인의 의견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그동안은 노동자들이 집단을 이루어 조직적 단결력으로 노동자의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개인 브랜드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사회도 점점 집단을 넘어 개인을 우선하는 사회로 이행되고 있다.

노동 현장에도 배우는 공간이 필요

이제는 노동이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를 성장시키는 온전한 투자이며 나 다운 삶을 누리는 시간이라 재정의한다면 개인은 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며 국가의 노동 정책도 변화할 것이다.

이제 건설 노동자도 수용적 자세에서 자기 혁신을 도모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건설 현장에 ‘현장 도서관’을 설립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노동자들이 기술을 배우고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이두수 작가·건설노동자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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