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 감독권 위임…노사 "전문성 우려" 한목소리

2025-12-03

정부가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하 감독관)을 내년 5000명으로 늘리고 지방자치단체도 근로감독권한(지방 감독관)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사 모두 감독관 증원이 근로 현장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감독관을 두고서는 전문성 논란과 더불어 지역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노동부는 3일 한국행정학회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감독관 직무집행 및 권한의 위임에 관한 법률 제정 토론회를 열고 근로감독권한 지방정부 위임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다뤄진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감독관은 역할과 권한이 확대된다. 또 중앙정부에 이어 지자체도 근로감독권한을 얻게 된다. 정부는 법률이 제정되면 지자체와 협의해 지방 감독관 규모를 정할 방침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3000여 명 수준인 중앙정부 감독관이 내년 2000여 명 증원돼 5000여 명으로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감독관 수가 감독 행정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해서다. 특별사법경찰관인 감독관은 임금 체불과 같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업장을 감독하고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관 1명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 수는 약 200건에 달하고 감독관 1명이 담당하는 사업장은 1000곳이 넘는다.

하지만 노사는 지방 감독관 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노사는 모두 지방 감독관 제도에 대해 강한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우선 지방 감독관이 중앙정부 감독관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장은 “근로기준과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국가 감독 기능이 일원화되지 않고 근로감독기관의 유기적 협조 체계가 약화되면 근로감독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리스는 감독권을 지방으로 이양했다가 실패한 사례 국가 중 대표적이다. 그리스는 1994년 노동법 집행 권한을 지방에 넘겼다. 이후 지방에서 근로감독 정치화, 노동계 반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1998년 지방 권한을 4년 만에 없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선출직 지자체장들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지역 내 유럽 기업에 대한 단속을 완화하도록 했다”며 “그리스 노동조합들도 지역 토호 세력이 노동권을 탄압하자 감독권 지방 이양에 대한 입장을 찬성에서 반대로 바꿨다”고 말했다.

특히 근로감독권한 지방 이양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쟁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ILO 제81호 협약 제4조는 근로감독은 중앙 당국의 감독과 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ILO 협약은 지역별 동일한 근로감독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이 원칙에 동의한 한국도 현재처럼 중앙 근로감독 행정 체계를 수립했다.

경영계는 지방 감독관이 현재 감독관 수준으로 전문성을 확보할지 회의적이다. 감독관은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처럼 전문성을 요구하는 노동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사법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감독 업무는 개정이 잦은 노동관계법령과 여러 법원 판결까지 (숙지해) 노동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며 “지자체 행정 역량과 전문성 수준은 지역별로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지방 감독관이 시행되면 감독 강도와 규모가 크게 늘면서 기업들의 대응 부담도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 지자체가 근로감독권한 위임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도 지방 감독관 제도가 가능할지에 있어 난제로 지적된다. 노동부가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지자체 4곳만 근로감독권한 위임에 찬성하고 정부와 협업할 뜻을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근로감독관법 제정과 감독권한 지방 위임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법안 논의 과정에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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