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전철엔 대체로 피곤해진 사람들이 탄다. 각자의 하루가 어떻게 흘렀든, 얼굴들은 대개 무표정하거나 기울어져 있다.
연휴 하루 전, 중절모 아래 얼굴이 벌겋게 닳아 오른 노신사가 떨어지듯 노약자석에 앉았다. 술에 얼큰해져 본 사람은 안다. 코로 들이마시는 정도로는 숨이 부족하다. 그 답답함은 입술을 터뜨리듯 ‘푸우 푸우’하고 쉬어야 간신히 조금 풀린다. 노신사가 딱 그랬다.
그 얼큰함 속에서도 무릎은 아팠나 보다. 삶의 혈전이 드나들어 툭 하고 튀어나와 버린 핏줄 가득한 손과 피멍이 든 손가락으로 연신 무릎을 쥐었다 피고 쓰다듬었다.
나는 그의 하루를 알 수 없다. 다만, 술잔이 오갔고 무릎이 성치 않으며, 참 열심히 사셨을 거란 짐작만 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