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폭포·바람이 빚은 서사시
거꾸로 떨어지는 무라포스 폭포
황홀경의 깎아지른 드랑가이어
물개 여인 전설을 기리는 동상
양 떼와 어우러진 바다 풍광도
바람 속에서 춤추는 은빛 비단북대서양의 거친 바람 속, 아일랜드와 아이슬랜드 사이에 자리 잡은 페로 제도(Faroe Islands)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와 같다. 구름을 품은 산들은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고, 바위 절벽은 파도에 닳고 닳아 둥글게 다듬어지며, 안개는 마치 신비로운 베일처럼 섬을 휘감고 있다. 페로 제도를 걷다 보면, 풍요로운 풍광과 바람이 미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바다와 바람, 안개와 빛이 어우러진 이 섬은 살아 숨 쉬는 대서사시다.
▶ 무라포스 폭포(Mulafossur Waterfall)
페로섬을 상징하는 무라포스 폭포는 거친 바람이 폭포수를 껴안아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은빛 물줄기가 거슬러 오르며 하늘과 맞닿는 진풍경을 연출해 흔히 ‘거꾸로 떨어지는 폭포’로도 불린다. 그 모습이 마치 강력한 힘에 저항하며 춤을 추는 은빛 비단을 연상시킨다. 안개처럼 흩날리던 물방울은 햇빛에 반사되어 무지개를 그리다가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때로는 대지를 적시는 자애로운 물줄기로, 때로는 하늘로 치솟는 도전적인 물결로, 그 모습을 바꾸어가는 이 폭포는 자연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카메라에 담긴 폭포는 순간의 찰나일 뿐, 그 뒤로 무수한 빛과 바람, 물방울의 숨결이 춤을 추고 있다.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그 흐름과 변화무쌍한 아름다움 속에서, 무라포스 폭포는 늘 새롭게 우리를 부르고 있다.
▶ 드랑가이어(Drangarnir) 보트 투어
페로 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치바위를 향해 푸른 심연으로 떠나는 여정이다. 맑고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심장은 설렘으로 두근거린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자 마치 신들이 조각해놓은 듯한 드랑가이어의 절벽이 위용을 드러낸다. 거대한 바위기둥이 우뚝 솟은 채 세월이 깎아낸 힘과 자연의 예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절벽 사이를 지날 때마다 파도는 아득한 울림으로 우리를 감싸고, 바다 위에 떠 있는 동안에는 바람과 물결의 리듬 속에서 자연이 속삭이는 노래를 듣는다. 그런 면에서 드랑가이어 보트 투어를 태고의 바다와 새들과 교감하는 신비로운 항해라 부르고 싶다. 이 보트 투어를 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페로 제도를 온전히 경험했다고 할 수 없으리라.
▶ 삭순(Saksun) 마을
17세기 무렵 작은 피난처로 시작한 삭순 마을에는 바다와 어우러져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을은 오래된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어 그 풍경 속에 서면 마치 다른 시간 속에 들어선 듯한 기분에 젖어든다. 마을 중앙에는 1858년에 지어진 독특한 원형 교회가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전통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초가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은 옛날 주민들이 북대서양의 거친 바람을 이겨낸 지혜와 삶의 방식을 엿보게 한다.
삭순 호수는 원래 바다와 이어져 있었으나 해변이 쌓이며 호수로 변한 특별한 풍경을 자랑한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둘러보면 한적한 길 끝에서 만나는 절경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특히 바닷물이 가득 차오르는 썰물 때는 눈부신 풍경을 선사해 마치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을이 서로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 물개 여인(Kopakonan: Seal Woman)
바람이 거칠게 불어오는 그곳에서 물개 여인은 묵묵히 마을을 바라본다. 그녀는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그리움을 안고 서 있는 전설의 조각이다. 페로 제도에는 그녀가 밤마다 물개가 되어 깊은 바닷속으로 돌아간다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동상은 바위 위에 우뚝 서서 바다의 향기를 느끼고 또 북대서양의 푸른 물결을 뒤로한 채 마을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잿빛 파도는 쉼 없이 밀려와 동상 발아래를 부드럽게 적신다. 한낮의 햇살은 그녀의 청동 피부 위에서 반짝이며 마치 빛나는 물방울이 된 듯하고, 어두운 날에는 짙은 구름이 그녀를 덮어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개 여인은 바다와 육지, 두 세계를 잇는 고독한 다리가 되어 사람들에게 오래된 신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개 여인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청동빛 여인의 뒤로 절벽을 흐르는 폭포와 초록의 이끼가 그려내는 풍경이 영원히 기록된다.
▶ 죠부(Gjogv)
죠부는 페로 제도의 북동부, 에스토레의 최북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그린델리크(Grindavik)와 비슷한 작은 피난처로, 마을의 이름은 ‘해안의 입구’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함께 깊고 좁은 자연 항구인 죠부가 위치해 있다. 이 항구는 고대부터 물고기잡이와 무역의 중심지로 사용되었으며, 항구를 따라 늘어선 색색의 전통 가옥들이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
죠부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주변 풍경 또한 빼어나다. 푸른 초원과 산들이 마을을 감싸고,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수평선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근처에 여러 산과 절벽들 또한 하이킹과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에게 경치 좋은 코스를 제공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다양한 꽃들이 만개하여 화사한 색채를 더하며, 겨울에는 눈으로 덮인 풍경이 환상적인 겨울 왕국을 연출한다.
▶ 포스아 폭포(Fossar Waterfall)
포스아 폭포는 북대서양의 거친 바람과 차가운 기온 속에서 태어난 자연의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가파른 절벽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산과 바다의 경계를 흐르며 주변의 푸른 이끼와 어우러져 찬란한 풍경을 연출한다. 폭포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에는 맑고 시원한 물줄기가 그 주위에 피어난 꽃들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겨울에는 얼어붙어 신비로운 얼음조각처럼 변신한다. 폭포 주변에는 하이킹 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어 탐험가와 자연 애호가들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 칼루아 등대(Kallur Lighthouse) 트레킹
울퉁불퉁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007의 무덤과 비석이 조용히 서 있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남긴 전설의 흔적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눈을 돌리면 바다 절벽 건너편에 우뚝 선 칼루아 등대가 보인다. 오른쪽 끝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더 깊은 탐험을 요구한다. 그 길로 향하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양 떼와 어우러진 바다 절벽의 풍광은 매 순간 다채로운 색채를 만들어내며 대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완벽한 무대가 된다.
변화무쌍한 날씨로 유명한 이곳도 오늘만큼은 화창한 날씨로 우리 일행을 반겨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산과 바다, 양 떼, 그리고 전설과 함께 멋진 사진촬영을 마치고, 인생의 큰 숙제를 하나 해결한 듯 콧노래를 부르며 하산했다.
▶ 여행팁: 사진작가들의 로망이자 인생 여행지인 페로 제도로의 앵콜 투어가 준비돼 있다. 여행사진가 빌리 장이 직접 동행하는 이번 투어는 2025년 8월 23일에 출발하며 북극 크루즈+섬.섬.섬 여행으로 연결된다. 항공 및 호텔 확보가 아주 어려운 여행지이므로 예약을 서두르는 것이 권장된다.
▶문의: (213)386-1818
빌리 장
전 세계 100대 명승지를 무대로 활동하는 여행사진가이자 엘리트 투어의 대표이다. 전 여행 일정 중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행 스토리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