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아흐레까지. 올해 설 연휴 기간입니다. 부모님 계신 고향에 가시는 분들도, 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혹은 이 기회에 세상 가장 편한 곳, 침대에서 피로 회복을 도모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나라 걱정에 거리에 나설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 짬짬이, 볼만한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웹툰·웹소설
엄마가 너는 설에 만화나 보고 있냐고 뭐라고 하신다면, 독자님 주변에는 어려서 만화로 한글을 떼고도 직장 다니면서 밥 벌어먹고 사는 이도 있다고 해주십시오. 그게 접니다. 아무튼, 올 연휴에 시간이 남는다면, 그럴 확률이 상당히 높으므로, 보실만한 웹툰·웹소설 추천합니다.
똑 닮은 딸
온 가족 화목해야 할 설에, 이 만화 추천하는 게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재미있습니다. 제목은 ‘똑 닮은 딸’. 작년에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봤다가 주말 밤을 꼴딱 새웠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딸과 엄마의 관계를 스릴러와 추리 문법 속에서 담아낸 드라마로, 치밀한 서사적 반전을 비롯한 장르적 재미를 빈틈없이 보여준 면”을 높이 평가했는데요, 또 “독자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를 성찰해 볼만한 요소도 적재적소에 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엄마가 동생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딸, 딸의 의심을 알면서 추적을 역으로 활용해 관계의 우위에 서려는 엄마. 이 둘의 두뇌 싸움, 엄마와 딸의 서사가 교차할 때 드는 그 소오름.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 번 봐보십시오. 아주 오소소 닭살이 돋습니다. 네이버웹툰에 있습니다.
김철수씨 이야기
신작은 아닙니다만. 2017년에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김철수씨 이야기’를 그린 작가 수사반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주변으로부터 이 만화를 꼭 봐야겠다고, 혹은 보고 났더니 여러 감정이 차오르더란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고독한 악당, 김철수를 만든 수사반장]
만화는, 세상 온갖 불행을 온 몸으로 겪으면서 결국 괴물이 되어가는 사내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나 6월 항쟁과 같은 굵직한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집단의 폭력이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 내는가나, 개인과 국가 간의 관계, 용서와 신뢰 같은 묵직한 키워드가 만화를 가로지릅니다. 레진코믹스와 네이버 시리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푸른 눈의 책사
작가에 꽂히면 그 작가가 만든 작품은 다 보게 되는데요. 골드키위새 작가의 웹툰이 그렇습니다. 골키(골드키위새의 줄임말) 작가 작품에는 세상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현재 카카오웹툰에 연재중인 ‘푸른눈의 책사’도 그렇습니다. 전란의 시대, 세상을 바꾸는 영웅으로 여성, 난장이, 외국인, 청년 등이 나옵니다. 남들이 무시하는 시대의 소수자들이, 어떻게 정통성 있다는 위정자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 갈까요. 정치물, 전쟁물의 수 싸움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달리는 중인데, “이야 역시 골키 작가야”를 말하게 되는군요.
개꿈
개꿈은, 요즘 주변에서 이 만화 재미있게 본다고 상당히 추천을 많이 받아 저도 입문했습니다. 19금이고요, 네이버웹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 한심하게 사는 인간군상이 여럿 나오는데, 그게 또 은근히 사실적인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복수극이고, 세세하게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이 그려집니다. 와, 이 캐릭터 골 때리네를 연발하면서도 다음편을 클릭하는 손가락을 멈추기 어렵네요.
절대회귀
언젠가, 제가 소개한 적이 있는 줄 알고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없네요. 근래 들어 가장 재미있게 본 무협 소설입니다. 절대회귀는 천마의 둘째 아들이 가족과 마교도들을 모두 죽인 원수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회귀(다시 살아남)한 이후를 그렸는데요. 흔한 회귀물 중 이 작품이 귀한 이유는, 복수의 과정에서도 “무엇이 인간 답게 사는 것인가”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주인공이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거 저거 다 빼고도, 읽히는 글맛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사가 좋은 소설을 좋아하는데, 절대회귀에도 명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뻔뻔하고 능글맞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주저 하지 않는 주인공을 보면서 대리만족 해보시길. 네이버시리즈에 웹소설이 연재되고요, 최근엔 웹툰화도 되었습니다.
카카오 웹툰- 푸른 뱀의 기운 받은 웹툰 12선 릴레이
어떤 작품을 추천할까 고민하면서 카카오웹툰에 접속했다가, 연휴 이벤트를 하네요. 총 12개 작품을 오늘부터 연휴간 하루에 하나씩 추천합니다. 첫날, ‘사랑도 귀농이 되나요?’를 읽어봤는데… 요즘은 19금이 대세인가 봅니다. 신작, 복귀작, 인기작을 섞어 놨다고 하니 그냥 종합과자선물세트를 뜯어 보는 기분으로 하나씩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겠네요.
이만배에 있는 학습만화들
너무 네이버, 카카오 플랫폼 중심이죠? 만화를 보면서도 공부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으실 땐 ‘이만배(이걸 만화로 배워?)’라는 플랫폼도 가보실 만 합니다. 만화 보면서도 누가 뭐라고 하면 “나 지금 공부하거든?”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여기에 질러놓은 만화들이 좀 있습니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라든지,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같은 것도 재미있고요. ‘고전 리뷰툰’을 읽다보면, 아 이거 원작 봐야겠다는 생각도 절로 듭니다. 학생 데카르트나 스피노자가 출연하는 ‘순정철학논고’도 인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
OTT
요즘엔 OTT를 많이 못봤어요. 그래서 동료가 추천했거나, 혹은 OTT 회사들이 말하는 ‘설연휴 볼만한 콘텐츠 추천’ 중에서 골라봤습니다. 저도 이 중에서 좋은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등을 집어서 볼 생각입니다.
피의게임3
<바이라인네트워크>의 리액션 장인, 홍하나 기자의 추천작입니다. 지난주에 막 마지막 편이 공개됐습니다. 그말인즉슨, 독자님들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결말까지 달릴 수 있단 이야기죠. 서바이벌, 두뇌게임의 제왕 개그맨 장동민 씨 외에도 영원한 2등 홍진호 선수나 이 둘과 지니어스에서 맞붙었던 김경란 아니운서 등 난다긴다 하는 플레이어들이 총출동합니다. 저도 마지막 편만 남겨 놓을 때까지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요. 특히, 홍하나 기자는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선배, 아직 안 봤어요? 어서 봐요”를 주말 내내 시전할 만큼 피의게임3 전도사로 살았습니다. 재미있게 보신 분은 홍 기자에게 이메일 보내주세요.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가실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웨이브입니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신작입니다. 웹소설 원작으로 웹툰으로도 인기 얻었습니다. 의학 웹소설 장인, 한산이가 작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니까 일단 믿고 봅니다. 의학 드라마는 고치기 어려울 것 같은 환자를 의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살려내는 과정에서 오는 감동이 큰데요. 신기에 가까운 술기(의학용어 지식 플러스1)를 보는 재미도 짜릿합니다. 덤으로 어려운 의학 용어 (중 일부가) 익숙해져, 괜히 똑똑해지는 기분이죠.
유튜브 쇼츠에서 본 이성민 배우의 에피소드가 문득 기억납니다. 중증외상센터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긴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성민 씨는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외상외과 교수 최인혁으로 분했고, 연기를 매우 잘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그가 어느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차트를 보여주면서 “보면 다 아시겠지만” 이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중증외상센터’에는 주지훈 배우가 나옵니다. 의사들도 깜빡 속는 최인혁을 뛰어넘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소주 랩소디
백종원 씨가 나오는 <소주 랩소디>도 연휴 기간 열린다는데, 소주라서 멈칫합니다. 인생의 상당 부분을 함께 해 온 주종입니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는 맛이 있겠네요. 보기만 하시고, 연휴에는 절주를!
이토록 센슈얼한 영화
왓챠에서는, 특정 주제로 영화들을 묶어서 추천하는데요. 얼마전에 <이토록 센슈얼한 영화>로 31편을 묶은 리스트가 괜찮네요. 상당 수 영화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왓챠 들어가셔서 <이토록 센슈얼한 영화>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예컨대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아가씨> <타오르는 여인들의 초상> 등이 있습니다. 몇몇 영화는 예술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후방주의 해야 합니다. 설에 가족들이 놀라요. 등짝을 맞고 난 이후에는 예술성이고 뭐고 모두 변명이 됩니다.
나이트비치
디즈니플러스에서는 ‘나이트비치’를 추천한다는 이메일이 와 있네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빈다. 반복되는 육아에 지친 한 여자(에이미 아담스)가 자신이 ‘개’로 변할 거라고 믿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습니다. 레이첼 요더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코미디와 호러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고 합니다. 특히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는 나이트비치로 82회 골든 글로브 영화 뮤지컬 코미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세브란스: 단절
티빙이 애플TV 플러스와 제휴를 맺은 것, 알고 계시나요? 애플 TV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세브란스: 단절’의 시즌2가 설 연휴 티빙에서도 공개됩니다. 저도 아직은 안 봤지만, 소개가 매우 흥미롭네요.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에 출근하여 근무하는 동안 분리된 자아로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단절 시술을 시행하는 회사 ‘루먼’. 직원 ‘마크’(애덤 스콧) 역시 일상과 직장에서 각각의 자아를 갖고 살아가지만, 어느 날 회사 밖에서 직장 동료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며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라고 합니다. 사회생활 자아 따로 있으신 분,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