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은 육상에서 유입되는 토사가 퇴적되거나, 파도에 침식되면서 형성된다. 육지와 바다가 연접해 있는 연안은 인류에게 삶의 터전이자 바다로의 확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조성된 인공 해안선이 인근 지역의 침식을 초래하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태풍 강도 증가 등은 바다로부터의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동해안 해변의 65%에서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최근의 조사 결과는 의미 있는 예일 것이다.
그동안 수중방파제·호안 등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침식 피해를 줄이고자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침식·침수 등 복합재해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안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연안에 완충 공간을 설정하고 있는 네덜란드, 재해 위험이 높은 연안 지역을 건축 제한구역으로 설정해 재해를 예방하는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양수산부는 한국 바닷가의 특성을 살리면서 연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국형 연안관리 정책을 새롭게 설계하고자 한다. 먼저 새로운 개념의 연안정비사업인 ‘국민안심해안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민간이 소유·사용 중인 연안의 토지를 대상으로 침식·침수 등 재해 위험이 높은 부지를 정부가 매입해 바다와 육지의 완충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강원도 강릉의 순긋-사근진 해안, 전라북도 고창 명사십리 해안 등 2곳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29년까지 2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서 확보되는 완충 공간은 자연적·경제적 특성에 따라 생태공원,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연안관리 정책 법·제도도 대폭 정비할 계획이다. 먼저 국민안심해안사업으로 조성된 완충 공간의 실증적 효과를 검증하고, 모든 연안에 적정 관리체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관리해안선’ 제도를 도입한다. 또 연안을 이용·개발하는 활동이 인근 연안에 피해를 초래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안 침수·침식 사전 검토제’를 제도화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해예방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연안 재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과학적 조사, 시설 안전설계 등을 지원하는 기능도 강화한다.
‘순기자연(順其自然)’이라고 했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라는 말이다. 오늘날 표현으로는 자연과의 조화 또는 공존을 의미한다. 연안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국민안심해안사업이 새로운 연안관리 정책의 기틀을 성공적으로 다지기를 기대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